《한국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런 말들에 추가로 붙는 형용사가 '독자적인', '전통적인', '고유한' 등의 단어다.
주변국과의 비교도 빠지지 않는다.
"일본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사무라이, 닌자, 스시, ���모노 같은 거요."
"중국도 치파오나 경극, 쿵푸 같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이분들은 더 나아가 푸념한다.
"주변국은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고유한 전통문화'를 잘 써먹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해서 아쉬워요." 라고.
나는 거기에 항상 이렇게 답했다.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로 말한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란 결국 '선입견'일 뿐이다. 실제 현실 속의 전통문화라기 보단, 외국 사람에게 비친 '관념속의 모습'일 뿐.
여기서 말하는 외국 사람 조차도 전 세계 사람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의 콘텐츠를 어느정도 접해본 사람'에게만 한정된다.
내가 종종 '일본 문화', '중국 문화'하면 전통이 딱 떠오른다던 사람들에게 다른 나라를 물어보면 전통문화가 아니라 선입견을 이야기한다. 러시아하면 '공산주의, 보드카' 같은 �� 말하고, 인도하면 '카레'나 '불교•힌두교' 같은 걸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동북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한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사람이 제일 많을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 사람들도 저 멀리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유럽권 국가의 문화를 다 구분하지는 못하지 않던가.
한국 사람들이 한국적인게 딱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적인걸 너무 잘 알아서 그럴 수도 있고, 너무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더불어 일본•중국발 콘텐츠를 자주 접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너무 잘 아는 경우는 이렇다.
1. 지극히 일상적이라 독특하고 고유하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반면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해 보일 가능성이 크다.)
2. 개인별 정보량의 차이가 다르고,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모습과 괴리가 생겨서(네��즌이 말하는 '한국풍'의 예시가 중구난방인 경우가 이 경우다. 관심분야가 다 다르고 개개인의 경험이 다르니까.)
3. 전통문화라고 여기지 않고, 싫어하거나, 타파되어야 할 구습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아이러니하게도 연속성을 가진 전통문화가 이런 경우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는 경우는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이렇듯 '한국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한국풍'이라는 것이 진짜 전통문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까 말한 관념속의 일본•중국의 사례처럼 '선입견'을 말하는 것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