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자로서 잘못된 부분을 몇 가지 바로잡자면
1. "30년만에 부순다 = 일회용 설계"
일단 콘크리트를 의도적으로 30년짜리로 만들지 못합니다. 재건축은 골조의 수명 문제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동기 때문에 진행됩니다.
정확히는 용적률 차익을 노린 사업 추진이고, 선제 조건은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실제로 안전진단 강화 이후 30년 넘은 단지도 재건축 못 하고 리모델링이나 사업 지연으로 가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여의도 시범, 압구정 현대, 은마가 대표 사례지요. 50년 가까이 됐는데 멀쩡히 서 있습니다. 콘크리트 수명 문제였다면 진작 무너졌어야 합니다.
2. "벽식이라 배관 못 고쳐서 건물 무너진다"
벽식 구조에서 배관 교체는 당연히 가능합니다.
전유부 배관은 슬래브 위 기포콘크리트층에 묻혀 있어 바닥 마감을 걷어내고 교체가 충분히 가능하고, 공용 배관은 파이프 샤프트로 별도 구획되어 있어 벽을 깰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내력벽에 배관을 묻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추후 유지보수를 위한 내력벽 철거나 손상은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 대상이며 사실상 불허됩니다.
애초에 설계를 그렇게 안 하기도 하구요.
"배관이 묻힌 벽이 건물을 받친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3. "기둥식이면 100년 산다"
기둥식이 가변성과 수선성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이 벽식을 쓰는 이유는 우선 층고 문제가 있습니다. 기둥식은 보가 슬라브 아래로 내려와서 층고 자체가 벽식 대비 30~40cm 더 필요합니다.
천장고 확보와 거주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고, 이렇게 확보한 층고로 한 개 층을 더 분양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공사비입니다. 기둥식은 벽식 대비 20~30% 비싸고(물론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이는 곧 분양가에 반영됩니다.
내진성 측면에서도 벽식이 전단벽 효과로 횡력에 유리한 면이 있어, 기둥식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4. "층간소음 주범이 벽식"
벽식이 충격음 전달이 잘 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기둥식이라고 층간소음이 없는 게 아닙니다.
슬라브 두께와 완충재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2022년부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시행되면서 슬라브 두께와 차음재 기준이 강화되었습니다.
구조 형식 하나만 가지고 소음을 단정하는 건 논리가 약합니다.
5. "외국은 다 기둥식"
하나의 예로 독일을 보면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을 내력벽으로 세우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쓰였습니다.
동독에서 196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신축 주거가 이 방식이었고, 서독과 네덜란드 공공주택에도 널리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도 쓰이는 공법입니다. LH의 일부 임대주택, 군 관사, 학교, 물류센터 등에 적용됐고, 최근에는 모듈러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전된 형태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일본도 5층 이하 저층 맨션은 벽식이 표준이고, 6층 이상 중고층에서 라멘이 표준입니다.
"외국은 다 기둥식이라 100년 산다"는 명제는 많이 과장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이미지 몇 개 첨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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