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겨눌 때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그를 쏠 생각이었��. 총이 이상하게 묵직했고 손이 떨렸지만 힘이 없어서라 생각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까. 머리에 총을 겨눌 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정말로! 죽이고 싶었다. 끓어오르는 분노. 모든 걸 마비시키는! 이 분노로 그를 죽이려고 했다.
죽이고 싶었단 말이다. 아버지란 작자에게 언제 기대하는 거라곤 어머니의 유산을 줄 것이란 믿음 뿐이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게 놀라운 사람이었으니까. 아버지, 라고 부르는 게 낯설만큼 우리 사이엔 골이 있었고 아버지, 라고 부를 때의 낯섦보다 그 골은 더, 훨씬 더 깊었다.
그이가 갑자기 마음에 변해 수녀원에 들어간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거야. 자신을 꾸미지 않거든. 그러니까 ... ... 만약 그이가 단 1초라도 날 사랑했다고 말하면 그건 결코 거짓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루첸카를 사랑하는지도 모르지. 피곤하게 속을 들여다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거든.
이대로 죽는구나 싶어서 사방을 둘러보았지.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을 구하고 싶었단 말이다! 신에겐 벌써 몇 번이고 도움을 청했던 거 같다. 여기서 꺼내달라고, 살려달라고, 아니, 이게 모두 꿈이길!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꿈이길 바랐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