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제가 여자친구분 안 계시는 시간 확실히 확인하시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듣고 진짜 바람피우는 줄 알았음
근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주방 쪽을 가리키면서 말하더라
“자기야, 나 사실 너 생일상 차려주려고 했어.”
“뭐?”
알고 보니 그 여자분은
남자친구가 신청한 방문 요리 수업 선생님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친구가 내 생일에
직접 미역국이랑 잡채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몰래 요리를 배우고 있었던 거야
가디건도 선생님 거였고
앞치마는 남자친구가 빌려드린 거였음
너무 민망해서 바로 사과했어
“선생님, 진짜 몰랐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웃으면서
“괜찮아요ㅋㅋ 남자친구가 요리를 너무 못해서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이러시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보니까 남자친구가
미역국을 벌써 세 번이나 태웠대
잡채는 당면을 너무 오래 삶아서
거의 죽처럼 만들어놓고
계란말이는 뒤집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함
남자친구가 민망한 표정으로
“자기 생일에 맛있는 거 해주고 싶었는데…”
이러는데 갑자기 너무 귀여운 거야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그럼 오늘은 내가 도와줄게.”
라고 했음
결국 셋이서 같이 요리를 했어
근데 선생님이 가시기 전에
남자친구한테 그러시더라
“다음 수업은 예약 취소하셔도 되겠네요.”
남자친구가 왜냐고 물으니까
“여자친구분이 저보다 더 무섭게 가르치실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웃긴 건 다음 날이었음
남자친구가 나한테
미역국 사진을 보내면서
“자기야, 이번에는 안 태웠어!”
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칭찬해 줬더니
“근데 소금이랑 설탕 헷갈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사람 생일상 먹으려면
내 생일보다 요리 자격증 따는 날이 먼저 올 것 같음ㅋㅋㅋㅋ
남자친구랑 사귄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였음
근데 어제 남자친구한테 깜짝 이벤트 해주려다가
진짜 인생에서 제일 창피한 일을 겪었음
남자친구는 혼자 자취하고 있고
나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거든
평소 남자친구가 요리를 잘 못해서
맨날 배달 음식만 먹는 게 마음에 걸렸음
그래서 어제 퇴근하고
몰래 집에 가서 밥을 차려주려고 했어
비밀번호도 알고 있으니까
먼저 들어가서 기다릴 생각이었거든
근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처음 보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니,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순간 발걸음이 멈췄음
남자친구 집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나지?
조용히 거실로 들어갔는데
식탁에 여자 가디건이 걸려 있었음
심지어 주방에서는
누가 요리하는 소리까지 들리는 거야
순간 별생각이 다 들었어
‘설마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여자랑 밥을 해 먹는 건가?’
그래도 일단 상황을 확인하려고
주방 쪽으로 다가갔음
근데 웬 여자가 남자친구 앞치마를 입고
냄비를 젓고 있더라
그것도 엄청 자연스럽게
내가 당황해서 물어봤어
“저기요, 누구세요?”
그러니까 여자가 나를 보더니
오히려 더 놀라는 거야
“어머, 누구세요?”
“저 여기 사는 사람 여자친구인데요.”
그랬더니 여자가 갑자기
“아이고, 큰일 났네!”
이러는 거임
순간 심장이 철렁했어
뭐가 큰일 났다는 거지?
“왜요? 남자친구랑 무슨 사이세요?”
그러니까 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아니, 그게… 일단 좀 앉아보세요.”
라고 하는 거야
그 말에 더 열받았음
“제가 왜 앉아요? 누구신지부터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여자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누군가한테 전화를 거는 거임
“여보세요? 지금 빨리 와야겠는데?”
순간 진짜 머리가 하얘졌어
남자친구 집에서 다른 여자한테
누가 빨리 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말했음
“지금 누구 부르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자가 나를 보면서
“아가씨 남자친구요.”
이러는 거야
“네?”
“얘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때 마침 현관문이 열렸어
남자친구가 들어오더니
나랑 그 여자를 번갈아 보면서
그대로 굳어버리는 거임
“자기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오빠, 이분 누구야?”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뒤로 숨기더니
“아… 진짜 다 망했다.”
이러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가 망했는데? 지금 설명해!”
라고 소리쳤더니
옆에 있던 여자분이
남자친구한테 한마디 하시더라
“영화 끝나는 게 무섭다고?”
여자친구가 고개를 끄덕였어
작년 겨울 우리가 영화관에 갔던 날
여자친구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거든
그날 여자친구 휴대폰은 무음이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어머니한테 온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어
열두 통이었어
급하게 병원으로 갔지만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어
그날 여자친구는 계속 울면서
자기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다고 했어
나는 그게 여자친구 잘못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줬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진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던 거야
“영화가 끝나갈 때쯤 되면 자꾸 그날 생각이 나.”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그러더니 조금 민망한 듯이 웃었어
“나도 이상한 거 알아. 근데 그때만 되면 숨이 막혀.”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
나는 그동안 여자친구가
영화가 재미없어서 나가는 줄 알았거든
“그럼 진작 얘기하지.”
“오빠가 영화 보는 거 좋아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더라
“나 때문에 오빠까지 영화 못 보게 하기 싫었어.”
그날은 그냥 여자친구 손을 잡고
영화관 밖으로 나왔어
근처 카페에 앉아 있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그러더라
“오빠, 나 아빠랑 마지막으로 본 영화도 기억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갔었대
그때 아버지가 나오시면서
“다음에는 아빠가 더 재밌는 거 골라줄게.”
라고 하셨다는 거야
여자친구가 웃으면서 말했어
“우리 아빠 영화 고르는 거 진짜 못했거든.”
그러다가 잠깐 조용해지더라
“근데 이제는 아빠가 고르는 재미없는 영화도 보고 싶어.”
그 말을 듣는데 나도 아무 말이 안 나오더라
그날 이후로는 집에서 같이 영화를 봤어
여자친구가 불편해하면 그냥 멈췄고
끝까지 안 봐도 상관없었어
그러다 몇 달 뒤
여자친구가 먼저 영화관에 가자고 하더라
그날은 영화 시작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어
“엄마, 나 지금 영화 보러 왔어. 끝나고 전화할게.”
그러고는 내 손을 잡더라
영화가 끝나갈 때쯤
여자친구가 손을 꽉 잡았어
“나갈까?”
“아니, 조금만 더 있어 볼게.”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어
여자친구가 나를 보면서 웃더라
“오빠, 나 오늘 끝까지 봤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뭉클하던지
나는 그냥 웃으면서 말했어
“그러네. 쿠키 영상도 볼까?”
“당연하지. 돈 아깝잖아ㅋㅋ”
그날 영화관을 나오면서
여자친구는 어머니한테 전화했어
“엄마, 나 영화 끝났어.”
한참 통화하다가 웃으면서 말하더라
“응, 재밌었어. 다음에 엄마랑도 보러 갈게.”
그리고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또 영화관에 갔거든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는데
여자친구가 계속 앉아 있더라
“왜? 안 나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화면을 가리키면서 말했어
“기다려. 아직 쿠키 영상 안 나왔잖아.”
예전에는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일어나면
오히려 붙잡더라
그날 여자친구가 웃으면서 그러더라
“오빠, 다음 주에도 영화 보러 오자.”
그 말을 듣는데 괜히 마음이 놓였어
여자친구가 다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는 게
나한테는 어떤 영화의 해피엔딩보다 좋았거든.
여자친구랑 사귄 지 2년 정도 됐을 때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자친구가 나랑 영화관에 가면
꼭 영화가 끝나기 전에 먼저 나가는 거야
처음에는 화장실이 급한 줄 알았어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쯤 되면
갑자기 내 손을 살짝 놓고
“오빠, 나 먼저 나가 있을게.”
이러는 거야
“왜? 영화 아직 안 끝났는데?”
“응, 그냥 좀 답답해서.”
“어디 아파?”
“아니ㅋㅋ 끝나면 천천히 나와.”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어
근데 그다음에도 계속 그러더라
로맨스 영화를 봐도 먼저 나가고
코미디 영화를 봐도 먼저 나가고
심지어 자기가 몇 달 전부터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도
마지막 장면을 안 보고 나갔어
원래 여자친구는 영화 보는 걸 엄청 좋아했거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앉아 있고
쿠키 영상도 꼭 챙겨 보는 사람이었어
영화가 끝나면 나한테
“오빠는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어?”
하면서 한참 수다를 떨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게 없어졌어
한번은 장난으로 물어봤어
“너 혹시 나랑 영화 보는 거 재미없어?”
“아니? 왜?”
“맨날 마지막에 나가잖아.”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웃으면서
“나 결말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이러는 거야
“네가? 맨날 결말 스포하면 화내던 사람이?”
“사람 취향이 바뀔 수도 있지ㅋㅋ”
그렇게 또 넘어갔어
그러다 어느 토요일이었어
여자친구가 오랜만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하더라
개봉하기 전부터 예고편을 몇 번이나 보여줬던 영화였어
그래서 좋은 자리로 예매하고
팝콘이랑 음료수도 사서 들어갔지
영화 보는 내내 여자친구가
엄청 집중해서 보고 있더라
중간에 웃긴 장면이 나오면
내 팔을 툭툭 치면서 웃기도 하고
오랜만에 예전처럼 데이트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
근데 영화가 끝나갈 때쯤
여자친구가 갑자기 내 손을 잡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손잡고 싶은 줄 알았어
근데 손에 힘이 엄청 들어가 있더라고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더니 화면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어
조금 지나니까 숨소리도 이상해졌어
“너 괜찮아?”
여자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빠, 나 먼저 나가 있을게.”
하고 일어나는 거야
근데 이번에는 얼굴이 너무 창백했어
그래서 나도 바로 따라 나갔어
복도로 나오니까 여자친구가
벽에 기대서 숨을 고르고 있더라
“너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니야. 조금만 쉬면 괜찮아.”
“근데 왜 맨날 영화 끝날 때마다 이래?”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한참 말이 없었어
그러더니 조용히 물어보더라
“오빠, 혹시 작년 겨울에 우리 영화 보러 갔던 날 기억나?”
순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어
그날은 여자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이었거든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다음에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나 사실 그날부터 영화 끝나는 게 무서워.”
남자친구가 문 앞에 서서
휴대폰으로 나를 찍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더 충격적인 건
남자친구 혼자가 아니었다는 거임
노래방 직원분까지 옆에 서서
웃음을 참고 계셨음
알고 보니까 남자친구가 화장실에서 돌아오다가
내 노랫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서
방을 잘못 찾은 줄 알았대
직원분한테
“혹시 저 방에 다른 손님 들어가셨어요?”
라고 물어봤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창피해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오빠 언제 왔어?”
라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다 같이 소리 질러!’ 할 때부터.”
이러는 거야
진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음
근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웃으면서
“자기야, 나도 하나 고백할 게 있어.”
이러더라
알고 보니까 남자친구도
평소 내 앞에서 조용한 척했던 거였음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혼자 춤추고 소리 지르는 스타일이래
그래서 내가
“그럼 우리 한 곡만 제대로 놀아볼까?”
했더니 남자친구가 바로 겉옷을 벗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둘이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결국 한 시간 더 연장했음
근데 진짜 웃긴 건 집에 가는 길이었어
남자친구가 갑자기 목이 쉬어서
거의 속삭이듯이 말하더라
“자기야… 다음엔 발라드만 부르자…”
그래서 내가
“왜? 재밌었잖아ㅋㅋ”
했더니
“재밌었는데… 나 내일 회의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다음 날 남자친구가
목소리가 안 나와서 회의 내내 물만 마셨대
근데 나한테 카톡으로
“자기야, 다음 주에 또 갈래?”
라고 보내더라
진짜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봄ㅋㅋㅋㅋ
남자친구랑 사귄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같이 노래방에 갔음
근데 그날 이후로 남자친구가
나한테 노래 불러달라는 말을 안 함
평소 남자친구 앞에서는
나름 조용하고 얌전한 척했거든
차에서 노래가 나오면 작게 흥얼거리고
남자친구가 노래 잘하냐고 물어보면
“아니ㅋㅋ 나 노래 잘 못해.”
라고 대답했었음
근데 사실 나는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마이크를 절대 안 놓는 사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이 나한테 마이크 좀 내려놓으라고
돈까지 모아서 준 적 있음
아무튼 그날 남자친구랑 밥 먹고
뭐 할까 고민하다가 노래방에 갔음
남자친구가 먼저 노래를 부르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하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경쟁심이 생겼음
근데 아직 남자친구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조용한 발라드를 골랐음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최대한 청순하게 불렀거든
남자친구가 박수 치면서
“와, 자기 노래 잘하네?”
이러길래
“아니야ㅋㅋ 그냥 아는 노래라서.”
라고 했음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남자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내가 좋아하는 신나는 노래가 생각난 거임
그래서 딱 한 곡만 부르고
다시 얌전한 척하려고 했음
근데 전주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고 소파 위에 한쪽 발까지 올렸음
그리고 후렴구가 나오자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열창하기 시작했거든
진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콘서트장에 있는 줄 알았음
그렇게 혼자 미친 듯이 노래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박수를 치는 거야
남자친구가 돌아왔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는데…
선생님이 웃으면서
"아니요ㅋㅋ 기름진 음식 드셨나 해서요."
이러시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진짜 초음파에 닭다리가 보이는 줄 알았음
근데 문제는 검사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친구가
그 말을 전부 들었다는 거임
검사 끝나고 나왔더니
남자친구가 웃으면서 물어봄
"자기야, 어제 샐러드 먹었다며?"
그래서 당황해서
"치킨 샐러드였어..."
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닭 한 마리 들어간 샐러드야?"
이러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어제 치킨 거의 한 마리 먹었다고 실토했음
남자친구가 한참 웃더니
"근데 자기는 왜 나랑 있으면 맨날 배부르다고 해?"
라고 묻더라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음
"많이 먹으면 안 예뻐 보일까 봐..."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웃으면서
"나는 자기가 맨날 배고파 보이길래 걱정했는데."
이러는 거야
그날 검진 끝나고 남자친구가
나를 데리고 고깃집에 갔음
그리고 처음으로 눈치 안 보고
삼겹살 3인분에 냉면까지 먹었거든
남자친구가 진짜 행복한 표정으로
"이제야 제대로 데이트하는 것 같다."
라고 하더라
근데 계산할 때 직원분이
"두 분이서 5인분 드신 거 맞으시죠?"
라고 하니까
남자친구가 나를 가리키면서
"네. 저는 2인분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5개월 동안 지켜온 내숭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몰랐음ㅋㅋㅋㅋ
그날 이후로 남자친구 앞에서 내숭은 완전히 포기했음
남자친구랑 사귄 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같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음
근데 그날 이후로 남자친구가
내가 배만 만지면 자꾸 웃음
평소 남자친구 앞에서는
나름 소식하는 척했거든
고기 먹을 때도 배부르다고 먼저 젓가락 놓고
치킨 시키면 두세 조각 먹고
남은 건 남자친구한테 다 줬음
심지어 남자친구가
"자기는 진짜 위가 작은 것 같아."
이랬을 때
"응, 나 원래 많이 못 먹어."
라고 대답했었음
근데 사실 나는 집에서
라면 두 개 끓여 먹고 밥까지 말아 먹는 사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남자친구랑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검사 전에 금식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전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음
문제는 내가 배고프면
배에서 소리가 엄청 크게 난다는 거임
검진센터에 도착해서
남자친구랑 나란히 앉아 기다리는데
갑자기 내 배에서
"꾸르르르르르륵"
소리가 나는 거야
남자친구가 쳐다보길래
모르는 척했음
근데 5분 뒤에 또
"꾸르르르르르르르륵"
이번에는 옆에 앉은 아주머니까지 쳐다봄
너무 창피해서 남자친구한테
"오빠,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고 도망갔음
겨우 진정하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초음파 검사 차례가 된 거야
침대에 누워서 배를 드러내고
의사 선생님이 기계를 대셨거든
근데 선생님이 갑자기 화면을 보시더니
"어제 저녁에 뭐 드셨어요?"
라고 물으시는 거야
순간 심장이 철렁했음
왜냐면 남자친구한테는
어제 샐러드 먹었다고 했거든
근데 사실 나는 금식 시작 직전에
혼자 치킨 한 마리를 거의 다 먹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냥... 가볍게 먹었는데요."
라고 대답했더니
선생님이 갑자기
"혹시 치킨 드셨어요?"
이러시는 거임
순간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네?! 그게 보여요?!"
라고 소리쳤는데...
알고 보니까 내가 너무 무서워서
남자친구 수영복을 붙잡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그냥 잡은 게 아니라
양손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친구가 웃으면서
“자기야, 나 진짜 수영복 벗겨지는 줄 알았어.”
이러는 거임
심지어 급경사에서 떨어질 때
내가 수영복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남자친구는 한 손으로 수영복을 붙잡고
내려오는 내내 버텼다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아니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했더니
“말했어! 근데 자기가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느라 안 들었잖아!”
이러는 거임
진짜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근데 더 웃긴 건 도착했을 때였음
직원분이 튜브에서 내리라고 하셨는데
내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남자친구 손을 붙잡고 못 일어났거든
그러니까 직원분이 웃으면서
“많이 무서우셨나 봐요.”
라고 하셨는데
내가 괜히 자존심 때문에
“아니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라고 대답했어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옆에서
“아까 살려달라고 하신 분 어디 가셨지?”
이러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남자친구를 물속에 밀어버리고 싶었음
남자친구랑 사귄 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워터파크에 놀러 갔음
근데 진짜 그날 이후로
남자친구 얼굴을 똑바로 못 보겠어ㅋㅋㅋㅋ
평소 남자친구 앞에서는
나름 여성스럽고 얌전한 척했거든
밥 먹을 때도 조금씩 먹고
웃을 때도 입 가리고 웃고
놀라더라도 소리 안 지르려고 노력했음
심지어 남자친구가
“자기는 놀이기구 타도 안 무서워할 것 같아.”
이랬을 때
“응, 나 그런 거 별로 안 무서워해.”
라고 대답했었음
근데 사실 우리 가족들은
나랑 놀이공원 가는 걸 엄청 싫어함
왜냐하면 내가 겁이 진짜 많거든
어릴 때 바이킹 탔다가
옆에 앉은 아빠 팔을 너무 꽉 잡아서
아빠 팔에 멍이 든 적도 있음
그래도 워터파크는 괜찮겠지 싶었어
물놀이하는 곳이니까
무서운 놀이기구도 별로 없을 줄 알았거든
그날도 남자친구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새 수영복까지 사고
머리도 예쁘게 묶고 갔음
처음에는 유수풀에서 둥둥 떠다니고
파도풀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진짜 평화롭게 놀았어
근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엄청 높은 워터슬라이드를 가리키는 거야
“자기야, 저거 같이 타자.”
올려다보니까 거의 건물 5층 높이였음
속으로는 이미 집에 가고 싶었는데
괜히 무서운 티 내기 싫어서
“좋지! 재밌겠다ㅎㅎ”
라고 했음
줄 서 있는 동안에도
괜찮은 척하려고 계속 웃었어
근데 계단을 올라갈수록
다리가 점점 후들거리는 거야
꼭대기에 도착하니까
밑에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더라
남자친구가 내 손을 잡으면서
“자기야, 무서우면 안 타도 돼.”
라고 했는데
자존심 때문에
“아니야! 나 진짜 하나도 안 무서워.”
라고 대답했음
결국 둘이 같이 타는 튜브에 앉았어
남자친구가 앞에 앉고
나는 뒤에서 남자친구 허리를 잡았음
직원분이 안전수칙을 설명하시는데
솔직히 하나도 안 들렸어
내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뿐이었거든
‘제발 살아서 내려가게 해주세요.’
그리고 직원분이
“출발하겠습니다!”
하는 순간 튜브가 미끄러지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생각보다 괜찮았거든?
근데 갑자기 튜브가 급경사로 떨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음
그냥 꺄악 하는 정도가 아니었어
진짜 목숨 걸고 소리를 질렀음
겨우 밑에 도착했는데
남자친구가 튜브에서 내리지를 못하는 거야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웃고 있었음
나는 너무 창피해서
“오빠 왜 웃어? 내가 그렇게 소리 질렀어?”
라고 물어봤거든
근데 남자친구가 한참 웃더니
“자기야, 너 내려오면서 계속 살려달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순간 얼굴이 확 뜨거워졌어
“내가 그랬어?”
“응. 근데 그것보다 더 웃긴 게 있었어.”
“뭔데?”
남자친구가 웃음을 참으면서
내 손을 가리키는데…
“아까부터 총각이 아가씨 때문에 웃겨 죽으려고 하잖아요ㅋㅋㅋ”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웃었던 건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앉아 있던 꼬마 때문이었음
한 다섯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애였는데 아까부터 내가 하는 행동을 전부 따라 하고 있었대
내가 식혜를 마시면 자기 식혜를 마시고, 계란을 까면 자기도 계란을 까고, 내가 다리를 쭉 뻗으면 자기도 똑같이 다리를 뻗었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내가 양머리를 만들었을 때는 엄마한테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했대
근데 진짜 웃긴 건 그다음이었음
내가 남자친구한테 짜증 내면서
“오빠, 한 번만 더 웃으면 나 혼자 집에 간다.”
했잖아
그랬더니 꼬마가 자기 엄마한테 똑같이
“엄마, 한 번만 더 웃으면 나 혼자 집에 간다.”
이랬다는 거임ㅋㅋㅋㅋㅋㅋ
남자친구가 그거 듣고 웃음 참느라 죽을 뻔했대
내가 뒤를 돌아보니까 진짜 꼬마가 나랑 똑같은 양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음
근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그러는 거임
“누나, 왜 웃어?”
ㅋㅋㅋㅋㅋㅋㅋ
그 말 듣고 나까지 빵 터졌음
꼬마 엄마도 웃으면서 말씀하심
“얘가 아까부터 누나가 너무 좋다고 계속 따라 하네요.”
그래서 꼬마한테 손 흔들어줬더니 갑자기 남자친구를 가리키면서 물어봄
“근데 누나, 저 아저씨는 왜 자꾸 혼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친구 표정이 진짜 볼만했음
“아저씨 아니고 오빠야.”
그랬더니 꼬마가 잠깐 생각하더니
“그럼 오빠는 왜 자꾸 혼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에 계시던 아주머니들까지 웃음 터짐
남자친구가 억울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러는 거임
“자기야,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랬더니 꼬마가 갑자기 남자친구한테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함
“오빠, 그냥 잘못했다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꼬마도 집에서 엄마한테 혼날 때마다 아빠가 그렇게 알려준다는 거임
근데 그 말을 듣고 남자친구가 장난으로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니까 꼬마가 진지하게 대답함
“그건 나도 몰라. 근데 우리 아빠는 맨날 잘못했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 같이 한참 웃었음
집에 가는 길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자기야, 우리 나중에 애 낳으면 저렇게 키우자.”
남자친구랑 처음으로 찜질방 갔다가 모르는 아주머니한테 남친 좀 그만 괴롭히라는 소리 들음ㅋㅋㅋㅋ
사귄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둘이 찜질방 가본 적이 없었음
마침 주말에 비도 오고 할 것도 없어서 하루 종일 찜질방에서 놀기로 했음
계란이랑 식혜도 사 먹고 만화책도 읽으면서 진짜 편하게 쉬고 있었거든
근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거임
“왜?”
“아니야 ㅋㅋㅋ”
그러더니 혼자 피식 웃음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음
근데 조금 지나니까 또 웃는 거임
내가 식혜를 마시면 웃고, 계란을 까면 웃고, 심지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웃는 거임
“오빠, 나 뭐 묻었어?”
“아니 ㅋㅋㅋ 아무것도 없어.”
“근데 왜 자꾸 웃어?”
“그냥 귀여워서.”
진짜 뭔가 이상했음
그러다가 내가 너무 더워서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었거든
남자친구가 그걸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왜 그러는데!”
“아니야 ㅋㅋㅋ 너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
그래서 나도 오기가 생겨서 남자친구 머리에 똑같이 양머리를 만들어줬음
근데 얘가 자기 머리는 신경도 안 쓰고 자꾸 내 사진을 찍는 거임
결국 휴대폰 뺏어서 사진을 지웠음
그러고 나서 둘이 나란히 누워 쉬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또 웃기 시작함
진짜 참다 참다 짜증이 났음
“오빠, 한 번만 더 웃으면 나 혼자 집에 간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입술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임
근데 그때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말씀하심
“아가씨, 남자친구 좀 그만 괴롭혀요.”
너무 당황해서 쳐다봤음
“네? 제가요?”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남자친구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