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리미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정으로 태어났는데요. 5세 때 엄마가 화장실 휴지를 접어서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을 때 저는
모든 휴지를 미리 접어두면 앞으로 몇 달간은 휴지를 접는 귀찮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있는 롤휴지들을 모조리 접어놓은 이후에 크게 혼났습니다
친한 의사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들뜬 목소리였다.
”됐어! 됐다!“
”복권 맞았냐? 참치 한 번 사라.“
”달빛 어린이 병원!“
”그게 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가 개원한 병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어린이병원에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나 같은 소인배에겐 떠오르는 생각이 딱 하나 밖에 없었다.
“그거 돈 되냐?”
“글쎄, 딱히.”
“그럼 뭐가 좋은 건데?”
“아픈 애들이 밤늦게까지 진료를 볼 수 있지.”
“몇 시까지?”
“열한 시.”
“미친놈.”
대학병원 응급실에 몸도 마음도 다 갈아 넣고 나와서 개원한 뒤론 좀 편하게 살려나 싶었는데, 그래서 나도 의사 친구 덕 좀 보고 살려나 싶었는데. 너어는 진짜.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란 걸 이런 식으로 실감하게 만들 줄이야.
일하다 죽으려는 모양이니 일하다 죽게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일은 밤 열한 시, 주말엔 열 시까지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열려있습니다. 밤늦게 아픈 아이 데리고 어느 병원에 데려가야 고민이시라면 일단 찾아가 보세요. 제 친구가 실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