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면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라는 말은 되게 낭만적인 척하지만, 사실은 "나는 이제 너를 찾기 위해 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의지가 없다"는 말을 가장 우아하게 포장한 이별 선언이더라고요.
내가 먼저 연락할 자존심은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내기엔 미련이 남으니, 슬그머니 '운명'이라는 무책임한 제3자한테 떠넘겨버리는 비겁한 정신 승리 같은 겁니다. 결국 로또 당첨될 확률만큼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이라는 걸 서로 돌려서 말하는 셈이지요.
진짜 소중한 관계는 운명의 결재 따위 기다리지 않습니다. 자존심이 좀 상하고 어설픈 모양새가 되더라도, 내가 먼저 뻔뻔하게 전화 한 통 걸고 찾아가는 '내 의지'가 진짜 인연을 만드는 법이니까요. 운명 핑계 대며 뒷걸음질 치는 건, 딱 거기까지가 그 관계의 밑천이었다는 씁쓸한 증거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