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얇게 내려앉은 새벽, 산문은 드물게 조용했다. 새들이 울기 전의 시간, 사람의 마음도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었다.
위무선은 담장 위에 걸터앉아 피리를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또 거기 계시네요."
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위무선이 고개를 숙였다.
"남망기. 이렇게 일찍부터 나를 찾는 거야?"
남망기는 대답 대신 담장 아래에 서 있었다. 흰 옷자락은 새벽빛을 머금어 더욱 희게 보였고, 그의 손에는 아직 김이 오르는 찻잔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차."
"나 주려고?"
"응."
위무선은 가볍게 뛰어내렸다. 남망기가 건네준 찻잔은 따뜻했다. 손끝이 스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뜨겁네."
"조심."
짧은 한마디였지만, 위무선은 그 말이 단순히 차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산길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고,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풀잎이 작게 흔들렸다. 위무선은 일부러 남망기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예전엔 네가 이렇게 말이 없는 게 답답했는데."
"..."
"이제는 좀 좋아."
남망기가 그를 바라보았다.
"왜?"
위무선은 웃었다.
"네가 말을 아끼는 대신 행동으로 다 보여주잖아."
실제로도 그랬다.
위무선이 밤늦게까지 책을 읽으면 어느새 등불의 기름이 채워져 있었고, 피리를 아무 데나 두면 다음 날 깨끗이 닦여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은 언제나 하나 더 준비되어 있었고, 추운 날이면 따뜻한 차가 먼저 도착했다.
남망기는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무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란 걸.
잠시 후, 작은 정자에 도착한 둘은 마주 앉았다.
위무선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남망기."
"응."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장난만 치면?"
"괜찮다."
"규율을 어기면?"
"함께 책임진다."
"내가 또 다치면?"
남망기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안 된다."
그 짧은 대답이 이상하게도 가장 절실하게 들렸다.
위무선은 웃음을 거두고 조용히 그의 손등을 덮었다.
"미안."
남망기는 천천히 손을 뒤집어 그의 손을 감쌌다.
"사과는 필요 없다."
"그럼?"
"곁에 있으면 된다."
새벽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위무선은 장난스럽게 웃으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웃음 대신 따뜻한 감정이 먼저 밀려왔다.
"남망기."
"응."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차를 가져다줄 거야?"
남망기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평생."
위무선은 그 한마디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나도 약속할게."
"무슨?"
"네가 아무리 조용해도, 내가 평생 떠들어 줄게."
남망기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의 확인이 필요 없었다.
따뜻한 차는 천천히 식어 갔고, 서로를 향한 마음은 그 반대로 조금씩 더 깊어져 갔다. 새벽은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걸어 내려갔다. 그들의 걸음은 다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잘 맞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