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yphe (아까 쓰던 야구모자를 가지고 나와 푹 눌러썼다. 카메라는 블럭에 딱 두 대. 하나는 빨간 불이 안 들어오는걸 보니 상태가 별로인 가보다. 빙 둘러서 벗어나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긴 핀셋으로 잠겨있는 자물쇠를 땄다. 붕대와 소독약, 진통제 서너 통을 챙긴다. 그외에 어지르지 않고서 빠져나와
@sixyphe 그거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걸요. (마지막 밴드를 붙이고 떨어지지 않게 가장자리를 펴서 누른다. 다시 운전석으로 와서 앉아 주유소라는 말에 눈썹을 으쓱 올린다.) 생각보다 주유소는 어려워요. 일하는 사람이 있고, 신고도 빠르고 카메라도 많고… 제 경험 아니니까 해봤냐고 물어보지 마시고.
@sixyphe (당신이 찾는 약에 피식 웃는다. 에피펜이라는 말에 눈썹을 으쓱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소독약을 끝까지 붓는다. 약물은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었지만, 약국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았다. 그 이상의 스케일은 이쪽에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피와 소독약으로 젖은 티슈를 구급상자에 넣고
@sixyphe (관통은 아니었지만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간 총상. 이정도 흘렀는데도 피가 멎지 않은 걸 보면 상처가 보기보다 깊은 듯했다. 당신의 몸은 이미 각종 상처의 박람회 같은데. 이제 이것도 추가가 되겠군. 알아서 셔츠 자락을 물고 고개를 끄덕이길래 자신도 고개를 끄덕인다.
@sixyphe (창문에 기대어 눈을 감은 당신의 호흡은 규칙적이다. 룸미러로 뒤를 보니 여자애는 이미 울다가 잠든 지 오래같다. …이 애는 딸일까. 어쩌다보니 이름도 신원도 모르는 사람 둘을 태우고 있다. 이름도 신원도 불분명한 건 자신도 마찬가지라 상관은 없었지만. 어디로 빠질 지 당신이 얘기하지 않아
@sixyphe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주택가를 빠르게 벗어나 도로에 진입한다. 도심의 고가도로를 타고 바로 외곽으로 빠져 급했던 속도를 줄이고 도로를 의심사지 않을 속도로 달린다. 뒷좌석에서 코훌쩍이는 소리는 잠잠해졌다. 아직까지 따라잡는 차는 없었다. 주변을 경계하며 언제든 빠질 수 있게 운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