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갑자기 강아지에게 물었다.
“강아지.”
“응?”
“우리만 알아듣는 말 하나 만들까?”
강아지가 눈을 반짝였다.
“암호요?”
“응.”
둘은 한참 고민했다.
“‘사과’라고 하면 집에 가고 싶다는 뜻.”
“그럼 ‘고양이’는?”
“배고프다는 뜻.”
“너무 평범한데요.”
강아지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구름’.”
“무슨 뜻?”
“주인한테 안아달라는 뜻.”
주인이 피식 웃었다.
“그게 왜 암호야. 그냥 안아달라고 하면 되지.”
“부끄러울 때 쓰는 거예요.”
“좋아.”
그날부터 둘만의 암호가 생겼다.
사람들 앞에서 강아지가 조용히 말했다.
“주인.”
“응?”
“구름.”
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강아지 옆으로 다가갔다.
“알겠어.”
강아지는 살짝 웃었다.
며칠 뒤에는 주인이 먼저 말했다.
“강아지.”
“응?”
“…구름.”
강아지가 순간 멈췄다.
“주인도?”
“응.”
강아지는 아무 말 없이 주인 옆에 바짝 붙었다.
“이상하다.”
“뭐가?”
“원래 제가 쓰려고 만든 말인데.”
강아지가 웃었다.
“이제 주인도 쓰네요.”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 암호지.”
그 후로 둘만의 단어는 하나씩 늘어났다.
구름 — 안아줘.
별 — 오늘 정말 좋았어.
비 — 조금 힘들어.
집 —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어.
그리고 어느 날.
강아지가 아무 말 없이 주인을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집.”
주인은 바로 알아들었다.
“가자.”
강아지가 손을 내밀었다.
둘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수많은 말이 오갔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한 단어가
서로에게는 가장 정확한 마음이 되기도 했다.
“주인.”
“응?”
강아지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주인이 받아서 읽었다.
[강아지 전용 주인 면허증]
“……이게 뭐야?”
“주인 면허증.”
“내가 무슨 운전면허가 있어?”
“강아지를 잘 돌볼 수 있다는 증명서예요.”
주인이 웃었다.
“그래서 시험도 봐야 해?”
“이미 봤어요.”
“언제?”
“강아지가 몰래 관찰했어요.”
“결과는?”
강아지가 카드 뒷면을 보여줬다.
합격.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조건: 강아지가 삐치면 먼저 달래줄 것.
주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조건이야.”
“중요한 조건이에요.”
“또?”
강아지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강아지가 밥 안 먹으면 이유 물어보기.”
“응.”
“혼자 괜찮은 척하면 한 번 더 물어보기.”
“응.”
“그리고…”
강아지가 잠깐 머뭇거렸다.
“강아지가 잘했다고 하면 믿어주기.”
주인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주인이 잘했다고 하면?”
강아지가 빙긋 웃었다.
“강아지도 믿어줄게요.”
주인이 카드를 다시 바라봤다.
“그럼 이 면허증은 언제까지 유효해?”
강아지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평생.”
“갱신은?”
“필요 없어요.”
“취소는?”
강아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안 돼요.”
주인이 웃으며 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그럼 잘 보관해야겠네.”
강아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네.”
잠시 후 주인이 말했다.
“근데 강아지.”
“응?”
“주인 면허증만 있으면 불공평한데.”
“왜요?”
“강아지 면허증도 만들어야지.”
강아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라고 적을 건데요?”
주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주인 옆에 오래 있을 자격 있음.”
강아지가 피식 웃었다.
“그건 이미 합격했는데.”
“그래?”
“네.”
강아지가 손가락으로 주인의 지갑을 톡 건드렸다.
“그러니까 면허증 없어도 안 쫓아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