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넘게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왜 내가 좋은 주인인가?’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당시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 장점에 대하여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속에 남아 때때로 나를 다시 되짚어 보는 질문이 되었는데 최근에야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남긴다.
우선 좋은 주인이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먼저인데 내 삶에 크게 작용하는 특성 중 하나는 내가 촉이 남달리 좋다는 것이다. 타고나길 예민하게 태어나서 내 감���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또한 잘 느낀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는 말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나랑 성향이 맞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결국 주종 관계가 형성되어야만 나는 주인이 될 수 있기에. ‘좋은 슬레이브’가 있어야 ‘좋은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내가 좋은 주인이 되는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것 중 하나는 나는 나를 내려놓을 줄 안다는 것이다. 한쪽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중세 시대 노예를 원한다면 그건 그냥 판타지에 불과하다. 그럴 거면 어디 노예제도 있는 곳 가서 사 와야지. 복종은 내가 탑이라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슬레이브에게서 내가 얻어내는 것이다. 솔직히 강압적으로 모든 것은 빼앗는 구조도 일부에게는 가능할 것은 안다. ���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에게는 내가 정해놓은 도덕관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깨트리지 않고 내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나를 이루는 중심축이 된다.
나는 슬레이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사용한다.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담는 것. 다른 것보다 이게 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돔 그것도 펨돔이라는 것이 이 성향판에서 얼마나 유리한 위치인지 잘 안다. 과거 미련한 짓을 반복하며 즐겼던 시절도 있고, 내가 이용당하기도 했으며, 나도 상대방을 이용했다. 그 경험을 통해 반성과 후회로 얻은 내 장점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부분이다.
난 사람인지라 자주 실수하고, 나태해지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도 있고, 올바르지 않은 판단을 할 때도 있지만 유연한 사고로 대처하고자 노력하고, 모르는 것을 배우는데 주저하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내 것을 죽는 그 순간까지 책임지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내 가축이 죽는 날 살아온 가축의 삶에 행복을 느끼며 눈 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은 길게 썼지만 결국에 그것만이 내가 ‘좋은 주인’이라는 증명이 될 것이다.
성향을 단지 성��� 취향으로 여길 수 없어 늘 고민해왔다.
나의 성향은 선천적 기질+환경적 요인을 통해 형성된 personality 자체이며 관계성과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본질적 ego이기 때문이다.
sexuality는 그로부터 기인한 일부분에 불과하며 중요하지만 우선이 되지 않는다.
생에 고갈되지 않는 자원 같은 주인이고 싶다. 공기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욕심인 것 같고 나무 정도는 되고 싶은데. 잘 성장한 고목 정도는 되고 싶어. 네가 발밑에서 편히 숨 쉬었으면 해. 각박한 세상에서 비빌 곳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그때 바로 나를 떠올리고 기댈 수 있었으면.
슬레이브를 키운다면 애프터케어가 중요한 게 맞나 싶은 게 난 평소에도 슬브의 모든 부분에서 관리/케어하고 있고 플레이 후의 상황은 그 전반적인 것 안에 속하는 일부분일 뿐이라. 그냥 케어 자체가 평소의 모든 상황에서도 당연히 ���루어져야 되는 관리라고 생각함. 뭔가 애프터케어의 문제로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그것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평소에도 다른 문제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