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9~12 조성진 미국 공연 후기✍🏻
창백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모습이 작년 6월 싱가폴 공연을 떠올리게 한다.
공연장은 핀 조명 없이 관객석까지의 조명을 모두 켜둔 채, 개중 하나의 관객으로서나 그뿐인 연주자로서도 가혹하리만큼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산만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이 연주자는 관객들이 팝콘을 먹던 촬영을 하던 일절 신경 쓰지 않는 듯 완전히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 있었다. 덕분에 코앞에서 예술에 빠진 예술가를 목도한다. (이것이 피빼시 모먼트?)
바흐가 작품활동을 할 당시 건반 악기는 오늘날처럼 페달이 있는 악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곡에는 페달 지시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일부 연주자들은 가볍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곡을 처음 직관했을때 발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조성진은 세 번의 공연 모두 이 곡을 연주할 때 페달을 쓰지 않았다. 리듬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다리만 있을 뿐. 그래서 이 곡은 유독 깨끗한 공명을 가진 대화처럼 들린다. 이 대화는 꼭 말로 하는 사람의 사람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그 뜻을 다 알 수 없더라도 건내지는 따뜻하고 맑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피아노 바로 아래서 들은 이 숨돌릴틈 없는 바흐는 생채기 하나 없이 투명하고 맑았다.
🎶타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