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3분 전에 음료 20잔을 주문한 손님이.
17분 뒤 얼음이 녹았다며 전액 환불과 제 해고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음료 20잔은 전부 가져갔습니다.
카페에 입사한 지 일주일 됐을 때였습니다.
밤 9시 57분.
바닥 청소를 끝내고 커피 머신을 닦고 있는데.
손님 세 명이 들어왔습니다.
“아직 주문되죠?”
마지막 주문은 10시까지라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음료가 20잔이라.
15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미리 안내했습니다.
손님은 시계를 보며 말했습니다.
“저희 10시 전에 들어왔는데요?”
주문은 전부 달랐습니다.
디카페인.
샷 추가.
시럽 반만.
얼음 적게.
우유는 두유로.
휘핑은 빼고.
컵마다 이름까지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혹시 실수할까 봐 주문을 다시 읽어드렸습니다.
그러자 손님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냥 적힌 대로 하면 되잖아요.”
“어려워요?”
저는 아직 신입이었습니다.
샷을 내리는 손이 떨렸고.
옆에서는 믹서기와 스팀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2분마다 카운터로 왔습니다.
“아직 멀었어요?”
“택시 기다리는데 빨리해주세요.”
먼저 완성된 음료부터 가져가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거절했습니다.
“한꺼번에 받아야 안 헷갈려요.”
결국 먼저 만든 음료는 카운터 안쪽에 두고.
나머지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음료가 나온 시간은 10시 15분.
20잔을 17분 만에 만들었습니다.
손님은 가장 먼저 만든 음료를 들어보더니 말했습니다.
“이거 얼음 다 녹았잖아요.”
얼음을 다시 채워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미 밍밍해졌는데.”
“얼음만 넣으면 끝이에요?”
먼저 완성된 음료부터 가져가시라고 안내드렸다고 했습니다.
손님의 표정이 바로 굳었습니다.
“지금 손님 탓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제 명찰을 휴대전화로 찍었습니다.
“김○○ 씨 맞죠?”
“내일 본사에 전화해서 여기서 계속 일할 수 있는지 볼게요.”
뒤에 있던 손님들까지 모두 저를 쳐다봤습니다.
얼굴은 뜨거운데.
손끝은 차가워졌습니다.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에서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나왔습니다.
손님은 전액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음료 20잔은.
하나도 놓고 가지 않고 전부 챙겼습니다.
손님이 나간 뒤 시계를 보니.
밤 10시 27분이었습니다.
녹은 얼음과 흘린 시럽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저는 막차를 놓쳤습니다.
정말 해고되면 어떡하나 싶어.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 울었습니다.
같이 마감하던 선배가 말했습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울지 마.”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점장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겁이 나서 먼저 사과하려는데.
점장님이 영수증과 CCTV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주문 시간은 9시 58분.
마지막 음료가 나온 시간은 10시 15분.
제가 미리 대기 시간을 안내한 장면도.
완성된 음료부터 가져가길 거절한 장면도.
전부 찍혀 있었습니다.
손님이 다시 전화하자.
점장님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음료는 정상적으로 제조됐고.”
“고객님께서 전부 수령하셨습니다.”
“직원도 소요 시간을 미리 안내했습니다.”
“환불은 어렵습니다.”
손님이 저를 해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점장님 목소리가 단호해졌습니다.
“저희 직원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전날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났습니다.
점장님은 제가 막차를 놓쳤다는 말을 듣고.
택시비까지 따로 챙겨줬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계산대 앞에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마감 30분 전에는 대량 주문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마감 3분 전에도 주문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감 3분 전부터.
직원이 사람이 아닌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