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d__x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인다. 어떤 기분인지 잘 알기에.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아, 나머지 손으로는 네 머리를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과거가 결핍되면 계속 떠오르고 곱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무 자책 말아.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니까.
진짠데······. (괜히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거리듯 중얼거린다. 이미 비워낸 우유갑은 여전히 손에 쥔 채, 시선은 창밖으로 흘러가듯 고정되어 있었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 사이로, 작게 번지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건드린다. 그 소리에 이끌리듯 고개를 돌리자, 잠깐 마주친 시선. 좋아하네. 다행이다. 말 꺼내길 잘했어.) 티는, 여기서 보니까 좀 난다. 술집에선 몰랐거든. (담담히 말하면서도 눈길은 네 목덜미에 머문다.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흔적. 희미하게 남아 있는 혈흔이 시야에 걸렸다. 별다른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무심히 문질러 지워낸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묘하게 현실감을 남긴다. 다들 취해 있어서 다행이지. 이걸 눈치챘다면, 꽤나 번거로워졌을 테니까. 사지 멀쩡하단 말에 못마땅한 눈길로 흘겨본다. 저, 저······. 늘 저런 식이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태도. 그럴 때마다 심장이 한 번 더 깊게 내려앉는 건, 늘 내 몫이었다.) 별도? 기대된다. 별 못 본 지 오래됐어. 요즘 날이 안 좋아서 그런가. 올려다볼 여유도 없었고. (말끝이 풀어진다. 창밖 어둠이 깊어질수록, 의식도 서서히 느슨해진다. 이동하는 내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꺼풀이 몇 번이고 감겼다 떠지기를 반복했다. 안 취했다고 우겼지만, 술기운은 여전히 몸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었나 봐. 하품이 잦아지고 결국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흐릿한 의식 속을 떠다닌다. 차가 멈춰 선 순간에서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걸어가야 한다고? 귀찮은데. 작게 혀를 차듯 소리를 내며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운다. 그때, 네가 건네준 점퍼가 시야에 들어왔다. 오세안 로고가 스쳤지만 깊이 신경 쓰이진 않았다.) 이런 걸 다 들고 다니네. 응. 고마워. (대충 걸치듯 몸에 두르고 차에서 내려선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길 위에서 잠시 주변을 훑어보듯 시선을 흘린다. 고요가 오히려 더 신경을 건드린다. 다시 너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귀신 나올 것 같아. 현수야. 소금 챙겨야겠는데? (농담을 실실. 이런 곳이라면 사람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불쑥 스쳐가는 생각. 스스로 털어내듯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긴다.) 가자. 나 지켜줘야 돼.
@A_nor_B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세 시. 오랜만에 지인들이랑 부어라 마셔라 하던 중, 이상한 승부욕이 붙었다. 내기라면 내기. 지금 전화해서 달려올 사람, 누가 제일 빠른지 확인해 보는 것.) 내 전화 한 번이면 발 닳도록 달려올 애가 있다고. 응, 딱 봐. 전화 건다. 아니, 동시에 걸어. (잠시 뗐던 핸드폰을 다시 귀에 착 얹고서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지는 신호음🎵, 받아라, 받아라, 조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