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비원 5년을 하며 어떤 어려움도 주변에 말하지 않았다.
언제인가는 가까운 사람이
당신은 운이 좋아 좋은 곳에서 근무하는 바람에 경비원의 고충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세상의 어느 곳에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일정한 비율의 사람들이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리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시간이 지나면 다 무디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세상은 혼자 가는 길이고
외로움이 나를 지킨다고 믿는다.
산에서 풀을 베며 하루를 보냈다.
나무 그늘과 바람에게 말을 걸었다.
때로는 즐거운 노동도 있다.
술과 담배를 끊고 13년이다.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시점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내 삶의 여러 우여곡절이 시작되었다.
어찌보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던 사람이
술을 시작하고 담배를 피워도 충분한 변명의 이유가 되는 시기였다.
가정의 모든 문제를 맑은 정신으로 판단하고 언제나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부모님께서 여러 과정을 거쳐 돌아가셨고 아내는 또 하나의 암을 추가로 진단 받았으며 나는 5년을 경비원으로 일했다.
한참 늦은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내가 인정한다.
치킨집 회장님이 1천억 모으는 이유
1,000억 자산가인데 34평 아파트 거주,
2년 시한부 판정받은 딸을 39세까지 키워낸 회장님.
장애 아동을 24시간 돌보느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여,
현재 10가정을 후원 중이고
앞으로 규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 하셨다.
본사 마진 줄여 점주 살리고, 재산 1,000억은
사회에 환원하신다는 가마치통닭 김재곤 회장님.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 내 돈을 쓰겠다는 그,
"통장의 돈은 숫자일 뿐, 잘 쓰는 돈만 진짜 내
돈이다." 라는 말씀이 너무 존경스럽다.
옆자리에 군인과 애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앉았다.
와이프랑 간만에 벚꽃도 보고 맛집에서 데이트도 했다.
그 식당이 맛은 확실한데 가격이 좀 나간다.
나야 뭐, 먹으려고 사는 인간이라 다른데 지출이 없으니 먹고 싶은건 마음껏 먹는다.
근데 우리 옆에 앉은 군인 커플이 이것저것 메뉴를 주문하다가 군인이 "벌써 10만원이야."한다.
내가 국가유공자 자녀라서 그런지 몰라도 식당에 군인이 밥 먹고 있으면 그냥 못 지나간다.
그 테이블 식대를 계산하지 않고 나오면 하루종일 생각이 난다.
하여, "저, 휴가 나오셨죠?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두 분이 드시는 음식 계산 대신 해드려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그 물음을 던지면서 떨렸던 건, 이상하게 와이프랑 데이트할 때엔 군인들을 식당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고.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혹시나 와이프가 싫어하면 어쩔까 하는 바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군인 커플은 처음에는 너무 많이 나와서 괜찮다고 했다.
그럼에도 난 끝까지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여서 국인분들 보면 제가 받은 거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결국 감사하게도 두분께서 받아들여 주셨고, 우리 커플은 마침 대리기사님께서 도착하셨다기에 식당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와이프가 말하길.
"우리 남편의 멋진 모습을 또 하나 봤네? 했다.
사실 와이프 벚꽃 구경 시켜주면서 간만에 데이트도 하려 했던 것인데, 이래저래 다 기분이 좋다.
너무 글이 오글거릴수도 있다.
나 오늘 취했거덩 ㅋㅋㅋㅋ
제목: 2035년, 그 부부의 대화
2026년 봄.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제발 테슬라 좀 팔아.
매일 새벽에 폰 보면서 한숨 쉬는 거
나도 못 살겠어."
남편이 팔았다.
361달러.
1억 원어치 전부.
그 돈으로 뭘 했냐고?
아내가 원하던 냉장고를 바꿨다.
나머지는 적금에 넣었다.
부부는 평화로워졌다.
2029년.
서울 도심에 사이버캡이 돌아다닌다.
운전사가 없다.
아내가 말했다.
"이거 테슬라 거야?"
"응."
"...얼마야 이 회사 주식?"
"1200달러."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2031년.
옵티머스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아이를 봐준다.
옆집이 먼저 샀다.
아내가 말했다.
"우리도 하나 살까?"
"3000만 원이래."
"비싸다... 근데 옆집은 어떻게 산 거야?"
"걔네 남편이 테슬라 안 팔았대."
그날 밤, 부부는 말이 없었다.
2035년.
스페이스X가 화성 유인 비행을 성공했다.
테슬라 주가는 4800달러.
남편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2026년에 판 1억.
그대로 뒀으면 13억.
아내가 옆에서 물었다.
"무슨 계산해?"
"아니, 아무것도."
냉장고는 아직 잘 돌아간다.
적금은 이자 포함 1억 2000만 원이 됐다.
같은 1억.
하나는 13억이 됐고
하나는 1억 2000만 원이 됐다.
차이는 뭐였나?
새벽에 한숨 쉬는 걸
견뎌주느냐 못 견디느냐.
그게 전부였다.
신은 존재할까?
27년째 1급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발달 연령 2~3세)을 홀로 지극정성으로 키워온 64세 아버지가 최근 말기 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아들을 맡기기 위해 1,000곳이 넘는 시설을 수소문하며 눈물겹게 사투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
이런 분이 입소거부면
기존 입소자들은 얼마나 어렵다는 말인가
트윗을 열면 보이는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이야기와
어느 유튜버의 돈 버는 이야기,
WBC 야구,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다른 세상에 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내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러면 나는 무엇에 시간의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가 생각한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커피잔에서 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커피는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에
나 혼자서만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쩌면 커피는 혼자 마실 때
마음에 더 깊이 스며든다.
오늘은 커피가 정말 맛있다.
3월 건강검진 시즌- 많은 분들의 고민
CT / MRI / MRA, 무엇이 다른가?
CT는 X선을 이용해 단면을 찍습니다.
빠르고 뼈·폐·급성 출혈 평가에 강하지만
방사선 피폭이 있습니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하므로 방사선이 없고
뇌·척추·관절·복부 장기처럼
연부조직 구별에 탁월합니다.
MRA는 MRI의 한 종류로
혈관만을 집중적으로 보는 검사입니다.
뇌동맥류 스크리닝에 주로 쓰입니다.
어떤 분께 어떤 검사가 근거 있는가?
근거 기반 원칙은 하나입니다.
“이익이 해보다 명확히 클 때만 검사한다.”
국가암검진 항목(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간암)은 이 원칙을 통과한 검사들입니다.
선택검사 중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선량 흉부CT는 54~74세, 30갑년 이상 흡연자에게 폐암 선별 근거가 있습니다(USPSTF A등급).
뇌MRA는 뇌동맥류나 지주막하출혈의 1차 직계 가족력이 있거나 다낭신 환자에게 선별 근거가 인정됩니다.
골밀도 검사는 65세 이상 여성, 또는 폐경 후 골절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에게 권고됩니다(USPSTF B등급).
반면 무증상 일반인에게 뇌MRI나 복부CT를 루틴으로 시행하는 것은 현재 국제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근거가 없습니다.
발견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불안, 비용이 연쇄됩니다.
오늘 제가 올릴 갑상선 결절 아티클이
바로 이 구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앱 아이디어에 대해
개인 정보와 과거 검진 이력 기반으로 맞춤 추천을 해주는 검증된 앱은 아직 한국에 정착된 것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개인화 검진 추천 도구는 연구 단계가 많습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가정의학과나 내과 주치의와 본인의 가족력·흡연력·기저질환을 놓고 10분 상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알고리즘보다 정확합니다.
검진 패키지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위험인자에 맞는 검사를 정확한 주기로 받는 것,
그것이 검진의 전부입니다.
로즈마리 향 맡으면
기억력이 최대 75% 좋아질 수 있대❗️
영국 연구에서
로즈마리 향이 있는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기억 테스트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결과가 있음.
핵심 성분은 1,8-시네올.
기억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작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함.
물론 향 하나로 갑자기 천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부 과제에서는 꽤 의미 있는 차이가 났다는 게 흥미로운 포인트.
공부할 때 / 암기해야 할 때
향 하나로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니까
공부템 하나 추가해 봅시다 ! 🌿
워시 쇼크?
시장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범인을 찾는다.
어제 코스피가 5% 넘게 빠지자 SNS는 분주해졌다.
“워시 때문이다.”
그럴듯한 용의자가 등장했으니 수사는 종결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은이 하루 만에 31% 폭락했다.
46년 만에 최악의 하루다.
금도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한 사람의 인사 발표가
귀금속 시장을 이토록 뒤흔들 수 있을까.
내막은 따로 있었다.
수주간 중국 투기 자금이
금과 은을 미친 듯이 사들였다.
은은 한 달 새 40% 치솟았다. 버블이었다.
터지기 직전의 풍선에 누군가 바늘을 댔을 뿐이다.
워시가 아니었어도 다른 바늘이 있었을 것이다.
OCBC 전략가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시장은 핑곗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더 흥미로운 건
실물 은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상하이 금고에서 은이 빠져나간 흔적이 없다.
선물 시장의 공매도가 가격을 끌어내렸고,
미국과 상하이 은값 차이가 44%까지 벌어졌다.
종이 위의 숫자가 진짜 금속을 배신한 셈이다.
한국 증시는 그 파편을 맞았다.
귀금속에서 손실 본 트레이더들이 주식을 팔아 메꿨다.
디레버리징이다.
마침 코스피는 사상 처음 5000을 넘은 직후였다.
차익 실현 욕구가 공포와 만나면 패닉셀링이 된다.
“워시 쇼크”라는 제목은 편리하다.
복잡한 현실을 한 단어로 정리해주니까.
하지만 편리함은 종종 진실의 적이다.
버블은 핑계를 기다리지,
핑계가 버블을 만들지 않는다.
시장을 읽으려면 헤드라인 너머를 봐야 한다.
범인은 대개 현장에 없다.
누워야 사는 나라
서울역 광장에서 한 중년 남자가 말했다.
“일하면 안 돼요. 수급비 못 받아요.”
농담이 아니었다.
130만 원을 받으려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움직이면 끊긴다. 참으로 기묘한 계약이다.
국가가 손을 내민다. 따뜻한 손이다.
그런데 그 손에는 보이지 않는 수갑이 채워져 있다.
‘일하지 마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설계자들은
선의로 가득했을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자.
숭고한 뜻이다.
그런데 그 선의가 만들어낸 현실은 묘하게 뒤틀렸다.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면 하루 8만 원.
한 달이면 200만 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소득이 잡히는 순간, 수급은 증발한다.
의료비 지원도, 주거비 지원도 함께 사라진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이 나온다.
땀 흘려 일해서 200만 원을 벌면, 순식간에
‘가난한 사람’에서 ‘지원 대상이 아닌 사람’이 된다.
아침저녁 봉사단체 밥을 먹고 9천 원짜리 카드를 긁으며 누워 있으면, 130만 원에 의료비에 주거비까지.
수학적으로 완벽한 함정이다.
경제학에는 ‘복지의 덫’이라는 말이 있다.
welfare trap.
교과서에나 있는 개념인 줄 알았는데,
서울 한복판에 실물이 있었다.
덫에 걸린 사람들은 발버둥치지 않는다.
발버둥치면 더 아프다는 걸 아니까.
합리적인 인간은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기를 선택한다.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므로.
의사로서 30년, 수많은 환자를 보았다.
침대에 누운 환자에게 “움직이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급성기, 회복 전까지.
그러나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근육이 붙고, 뼈가 단단해지고,
사람이 사람으로 돌아간다.
평생 눕혀두는 처방은 치료가 아니라 유기다.
지금 이 제도는 말한다.
“계속 누워 계세요.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복지란 사다리여야 한다.
올라가면 손을 놓아주는.
그런데 우리가 만든 건 올무였다.
올라가려 하면 발목을 잡는.
130만 원은 생존의 값이 아니다. 포기의 값이다.
“대상포진 백신 맞으셨어요?”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있다.
10년쯤 전에 맞았다고. 그러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10년 전 백신은 조스타박스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넣는 방식이었다.
이 면역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70대 기준, 3년이 지나면 효과가 41%로 떨어진다.
80대는 18%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백신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쓰는 싱그릭스는 원리가 다르다.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 껍데기 조각만 넣고, 면역 반응을 끌어올리는 보조제를 함께 쓴다.
효과가 90%를 넘고, 10년이 지나도 크게 줄지 않는다.
둘 다 ‘대상포진 백신’이라 부른다.
그래서 헷갈린다.
하지만 같은 이름일 뿐, 전혀 다른 물건이다.
옛날 휴대폰과 지금 스마트폰이
둘 다 ‘전화기’인 것과 비슷하다.
비용이 부담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2회 접종에 30만 원이 넘는다.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대상포진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통증 앞에서 30만 원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예전에 맞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그건 다른 백신이었다.
“왜 세계 최고 기업가는 ‘똥 이야기’로 경제를 설명했을까?”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니라,
지금 한국 경제를 정확히 찌른 비유다.
일론 머스크가 가장 좋아한다는 경제학 농담이 있다.
두 친구가 숲을 걷다 똥무더기를 발견한다.
한 명이 말한다.
“저걸 먹으면 100달러 줄게.”
다른 친구는 100달러 받고 똥을 먹는다.
조금 가다 또 똥무더기.
이번엔 반대로 말한다.
“네가 먹으면 내가 100달러 줄게.”
둘 다 돈은 그대로,
남은 건… 서로 똥만 먹은 현실.
그런데 경제지표엔 이렇게 찍힌다.
‘거래 2건 발생, GDP 200달러 증가.’
돈만 왔다 갔다 했을 뿐
가치는 0, 생산은 0, 성장은 0.
숫자만 커진 가짜 번영.
머스크가 이걸 “경제학 헛소리의 정수”라고 부른 이유다.
이 얘기가 왜 지금 한국 얘기 같을까.
이재명 ‘호텔경제학’이 정확히 이 구조다.
지역 안에서 돈 돌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발상.
소비가 반복되면
부가 생긴다는 착각.
하지만 가치가 안 늘면
그건 성장 아니라 회전 착시다.
호텔에서 돈이 도는 동안
새 기술도 없고
새 산업도 없고
경쟁력도 생기지 않는다.
남는 건
물가 상승, 세금 부담, 빚,
그리고 “그래도 지표는 올랐잖아”라는 자기 위안뿐.
똥 먹고 GDP 오른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경제는 돈의 이동이 아니라
가치의 증가다.
생산성이 늘고
기술이 쌓이고
기업이 커질 때 나라가 부자가 된다.
돈만 돌리면 부자가 된다면
인쇄기가 세계 최고의 산업이었을 거다.
그래서 이 농담이 무섭다.
웃자고 한 얘기인데
정확히 정치 포퓰리즘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치 없는 순환을
성장이라고 포장하는 순간
국민은 착시 속에서 가난해진다.
경제는 마술이 아니다.
구호로 키우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키우는 것이다.
똥을 먹고 서로 칭찬하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만든다는 건가.
이건 진영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연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67450번째 외침
오늘 태어나서 처음 아웃백에 갔다.
나는 엄마 얼굴을 잘 모른다.
내가 5살이 되던 해, 엄마가 죽었다.
빠듯했던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식당 일을 나가고 돌아오던 길에 차에 치였다고 한다.
엄마가 죽고 난 후 일용직 노동자- 소위 말하는 노가다꾼인 아빠는 8살배기, 5살배기 딸 둘을 혼자 키웠다.
우리를 없게 키우지 않기 위해 아빠는 피눈물을 흘렸지만, 애석하게도 아빠의 피눈물의 대가는 크지 않았다. 그냥 나와 내 언니와 아빠,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너무나도 예쁜 원피스를 입고, 공주같은 구두를 신고, 누군가가 잔뜩 신경 써 준 머리를 하고 등교했던 내 짝의 외모에 홀려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갔다. 그때 많은 것을 처음 알았다. 집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 있단 것을, 집에 신선한 과일이 준비되어 있을 수 있단 것을, 집에 미끄럼틀을 놓을 수 있단 것을, 그리고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중학교에 입학했다. 언니는 집이 가난했기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해 상고를 갔다. 빨리 취직하고 싶다나. 나도 당연하게 언니처럼 될 것이라 생각했다. 미래에 대한 꿈이란게 없었다. 꿈을 꿀 형편이 아니었기에. 학교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그냥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아니 어쩌면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신 나의 재능이 나의 인생을 바꾸어줄까 하는 기대감에 들었다. 결과는 전교 1등이었다. 내 재능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라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 첫번째 순간이었다.
중학교 시절을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보낸 나는 지역에서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성적이 팍 떨어졌다, 이런 진부한 클리셰가 아니었다. 첫 고등학교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자부심이 컸다. 학원 하나 안 다니고,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문제집 야금야금 사서 전교 2등을 했다는 게.
계속 공부하면 되겠다,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겠다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아빠가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났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나 하나 일을 안 한다면, 일 년에 한 번 새해를 맞아 다 같이 모여 먹는 두 마리에 8000원짜리 바싹 마른 전기구이 통닭을 못 먹게 되는 정도의 가난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엄청 울었다. 눈이 퉁퉁 붓고 목이 쉴 때까지 울었다. 언니가 나를 안아줬다. 그리고 나에게 구원과도 같은 말을 해줬다. 어떻게든 언니가 돈 벌어올 테니, 너는 공부 해서 개천에서 용 한번 제대로 나 보라고. 언니가 너무 고마웠고 너무 미안해서 죽을 지경으로 공부했다.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문제집을 샀고 언니가 보태준 돈으로 인터넷 강의 무제한 수강권을 샀다.
힘들어하고 슬퍼할 겨를이 없는 고3을 보냈다. 나에겐 두 번의 기회는 절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죽어라 공부만 했다. 그리고 아빠가 싸준 기름범벅 김치볶음밥을 싸들고 수능장으로 향했다.
수능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 채점을 할 때까지 계속 다리를 떨었다. 언니랑 아빠가 나를 위해 희생해준 것이 아무 소용 없어질까봐.
심호흡을 하고 채점을 했다. 국어 2점짜리, 지구과학 2점짜리에 X표가 쳐져있는 가채점표를 붙들고 온 가족이 목놓아 울었다. 아빠가 엉엉 울며 언니와 나에게 사과했다. 언니와 내가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웃백 한 번 못 데려다 준 못난 애비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연세 의대생이 됐다. 현역 정시 연의라는 여섯 글자가 참 대단한 것이더라. 근 세달 열심히 과외해서 밀린 월세 300을 갚고도 400만원이 남았다.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언니와 아빠에게 반반 나눠 줬다.
그리고 오늘, 아빠가 아웃백을 사 줬다. 그것도 4인 랍스터 세트로. 언니와 내가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와 랍스터까지 먹는 모습을 본 아빠는 또 울었다. 아빠가 울어서 나랑 언니도 또 울었다. 울면서 4인 세트의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배가 찢어지게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배가 찢어질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아빠와 언니의 모습도 처음이다. 정말 좋아보였다. 인생의 한 줄기 빛이 열린 우리 모두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다짐했다. 우리 아빠, 우리 언니에게 생일이 아니라, 새해 첫날이 아니라, 무슨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먹고 싶으니까 아웃백에 가서 4인 랍스터 세트를 시켜 먹을 수 있는 인생을 선물해 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