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개강총회에서 스쳐 지나갔던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아, 그때였나. *
아, 네. 가끔 피워요.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 그걸로 대화가 끝난 줄 알았는데,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에 손가락 사이 담배를 한 차례 내려다보다가, 여전히 곁에 서 있는 당신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
필요하세요?
*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담뱃갑을 들어 보였다. *
한 대 드릴까요?
*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니터에서 새어 나오는 희끄무레한 빛. 간간이 울리는 마우스 클릭 소리. 카운터 너머로 쌓여 있는 주문 내역들.
바쁘다면 바빴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 *
네. 일해야죠.
* 조금 전과 달리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가워진 것도 아니었다.
대충 고개를 까딱이고 돌아섰다. 몇 걸음 옮기는 동안에도 당신이 지어 보였던 웃음이 머릿속에 남았다.
사람 속을 긁어 놓고도 태연하게 웃는 얼굴이 얄미웠다. *
*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처럼 말을 걸지도, 눈을 맞추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테이블 한쪽 라면 그릇 옆 빈자리에 쿨피스를 툭— *
이건 서비스예요.
*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였고,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덧붙였다. *
라면이랑 먹는다면서요.
* 딱히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적어도 지금은 마지막까지 불쾌한 사람으로 남고 싶진 않았다. *
“ 속이 꼬인 건지. ”
* 별것 아닌 말이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던진, 악의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몇 마디. 그런데 이상하게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대꾸가 힘없이 가라앉았다.
잠시 입을 다문 채 당신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날카롭게 치켜떠 있던 눈이 느리게 아래로 떨어졌고, 빈손이 된 손가락을 두어 번 쥐었다 피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순순한 대답이었다. 그렇다고 당신의 말에 동의하는 것더 아닌, 그저 더는 무엇을 증명하거나 반박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굳어 있던 턱에서 힘을 풀고, 피곤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 차례 쓸어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