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관식이 연배가 훨씬 위인 문학계 선배들에게 반말을 하며 자네나 군이라고 부르곤 했다는 얘기도 참 재밌다. 어떤 선배가 김관식을 보자마자 반말을 듣는 봉변을 피하려고 도망치자 그 뒤를 쫓아가며 ‘이놈, 백 가!’하며 막말을 퍼부은 얘기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날 정도. 🤣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오래전에 선배가 권해준 책인데 반쯤 읽고 넣어둔 걸 이번에 완독했다. 문학적 허용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언어관이 답답하긴 한데, 저자의 한국어 사랑과 명확한 언어 사용에 대한 신념은 본받을 만하다. 좋은 한국어를 쓰고 싶어진다.
문단의 일화도 몇 개 나오는데, 1959년 소설가 김동리와 청년 평론가 이어령 사이에 벌어진 한국어 용법 논쟁이 특히 흥미롭다. 이어령 선생은 내겐 늘 큰어른 느낌이었는데, 20대에는 문단의 거목 김동리와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벌였다는 게 놀랍고, 나중엔 화해하고 잘 지냈다는 게 또 신기하다.
인터넷이 삶의 일부가 된 이후, 세상은 무례가 당연한 곳이 됐다. 타인을 존중할 필요 없이, 아무 말이나 내키는 대로 내뱉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공간은 이전에는 없던 것이다. 무례, 조롱, 혐오를 놀이 삼아 살아온 아이들에게 예의와 존중, 공동체 의식을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집에 있는 Ballantine Books 페이퍼백(1996년 출간)은 작중 연도를 전부 29년씩 뒤로 미뤄놨다는 걸 방금 알았다. 원래 배경은 1992년인데 이 책은 2021년. 80, 90년대 출판사들이 멋대로 고친 건데, 작품이 고전 반열에 오르면서 다시 1992년으로 돌려놓았다고.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근 20년 만에 원서로 재독. 공감의 의미, 인공 생명체에 대한 인식에 관한 이야기. <블레이드 러너>와는 배경도 주제도 꽤 다르고 릭, 레이첼, 로이는 아예 다른 인물이다. 펄프 픽션 냄새가 가득한 SF 걸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무려 17년 만에 재독. 기억이 가물가물한 단편들을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며 정독하니 마냥 행복하다. 작품마다 다른 작가인양 전연 다른 문체로, 진실은 이해될 수도 온전히 표현될 수도 없음을 강변하면서도 인간을 조금도 포기하지 못하는 35세의 김연수. 여전히 사랑합니다❤️
간만에 대중교통으로 서울 도심에 다녀왔다. 군중 사이를 돌아다니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야말로 기가 빨린다. 어릴 적부터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 게 경미한 대인기피증, 광장공포증이었을까. 공황 증세랄 건 없는데 사람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나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었지?
또 인상 깊은 말들: "제가 남의 영화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하겠어요. 잘 생각나는 게 없네요, 그거는." (후진 영화를 묻는 질문에 박 감독의 대답) / "감독이 화를 내면 스태프들이 감독에 대한 존경이 사라져." ((<JSA> 촬영 중 너무 화가 났을 때 임재영 조명감독님의 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