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식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아 계좌 보기싫다"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물론 나는 21-22 하락장에 주식을 시작했지만 그땐 씨드도 적었고 하락폭이 이렇게 크진 않았기 때문에 계좌 보기 싫다는 생각은 안들었던 것 같다. 오전 내내 외면 하다가 이제야 열어봤는데 으아 뭐랄까 전투의지가 불타오름. 그럼 뭐해 이제 총알이 없는데 ㅋㅋㅋ
패닉셀
시장이 무너지는 속도는 올라가는 속도와 차원이 다르다. 계단을 타고 천천히 올라간 주가는, 떨어질 때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진 것처럼 수직으로 추락한다. 이 순간 시장을 지배하는 건 냉정한 계산이 아니라, 오직 생존을 향한 본능적인 공포와 전염병 같은 조급함뿐이다.
처음에는 다들 이성적인 척을 한다. 악재가 터지고 주가가 3%, 5% 빠질 때까지만 해도 "건전한 조정이다", "이 가격이면 오히려 싸다"며 버틴다. 하지만 지지선이라고 믿었던 가격대가 힘없이 깨지고, 매도 물량이 또 다른 매도 물량을 부르는 도미노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가창에 파란 불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그 찰나, 이성은 순식간에 마비되고 공포가 시장 전체를 집어삼킨다.
패닉셀이 발생하는 순간은 철저히 기계적이고 맹목적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기관의 자동 손절 매물이 터져 나오고, 레버리지를 썼던 계좌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강제로 던져진다. 여기에 화면을 지켜보던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가 무너지며 화룡점정을 찍는다. "지금 안 팔면 정말 휴지조각이 되겠구나" 하는 공포, 남들이 던지니까 나도 던져야 살 것 같은 군중심리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이때는 기업의 가치나 미래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탈출 본능만 남는다.
재미있는 건, 패닉셀의 정점이 대개 시장의 진정한 바닥이라는 점이다. 공포가 극에 달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주식을 집어 던지고 나면, 시장에는 더 이상 팔 물량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텅 빈 바닥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물량을 받아먹고, 먼지가 가라앉은 뒤 모니터를 보면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등해 있다. 내가 견디다 못해 눈물을 머금고 누른 매도 버튼이 정확히 그날의 최저점이었던 경험은,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잔인한 징크스다. 가장 고통스러운 자리에서, 가장 나쁜 선택을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잔인한 징크스는 이상하게도 삶을 닮았다. 우리는 인생에서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느끼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무언가를 놓아버리곤 한다. 관계를, 일을,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내가 모든 걸 던져버린 그 최악의 순간이 사실은 끝이 아니라 바닥이었던 경우가 많다. 포기는 늘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그럴듯한 얼굴로 우리를 설득한다. "지금 놓지 않으면 다 잃는다"고. 하지만 시장이 늘 그래왔듯, 바닥은 반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러니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어쩌면 오르막이 가장 가까이 다가온 자리인지도 모른다.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다시 올라오는 길의 첫걸음을 뗄 수 있으니까.
$IBM 잠정 실적 관련해 해봐야할 생각
- IBM이 존나 늙탱이 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트렌드 트래킹 열심히 하면서 이거저거 다 건드리는 나름 성실한 회사임. 근데 이번엔 고객들이 메모리 가격 인상 전에 제품 사재기하느라 예산을 다 메모리나 서버에 몰빵했고 IBM 메인프레임이랑 거기 얹혀파는 고마진 소프트웨어(하드웨어만 보면 별로 안큰데 이 생태계 다 합치면 전체매출 20%정도는 나오는듯)가 직격탄을 쳐맞음
- 소프트웨어 문제야 앤트로픽으로 인해 지속해서 대두되던 문제지만 이젠 IBM같은 B2B 머니카우 확실한 거대회사조차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버렸으니, 이번엔 AI의 SaaS 대체 이슈가 아닌 메모리,서버 Capex가 SaaS 로 가야할 돈을 흡성대법하는, 보다 현실적이고 참혹한 형태의 Saaspocalpyse가 펼쳐질지도 모르겠음
- 인텔도 데센서버 CPU매출이 엔비디아의 AI GPU 위주로 바뀌며 펀더멘탈 아작났던게 이번 정부가 밀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회복 제대로 안되고 있는걸 감안하면 IBM은 이번 잠정실적이 상당히 암울한 상황으로 보임
- 물론 인텔처럼 아예 아작난게 아니라 한분기 밀린거라곤 하지만 이번 정규 어닝콜에서 이거 만회 안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펀더멘탈에 문제 생길만한 이슈인 듯
- 어찌보면 하이퍼스케일러들만 사는 줄 알았던 메모리를 쥐꼬리만한 회사마저 소프트웨어 예산 깨가며 긁어모으고 있던 것이니 메모리 강세의 증거로 볼만하기도 하지만
- 메모리랑 GPU 가격 때문에 IBM같은 회사 실적마저 실적 고꾸라진다, 메모리 가격이 문제다 니들 때문에 빅테크도 현금 말라간다 같은 논리로 반도체 또 패는 것도 역으로 가능할 수도. 이번 실적시즌 빅테크 어닝콜이 모두 IBM이랑 비슷한 스탠스라면 한동안 주식시장 좀 암울해질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