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내공으로 현대문명을 노래하는
김남미 시조시인의
<두루마리 화장지의 밀서>를 감상하세요
<시인의 약력>
▪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2012)
▪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21)
▪ 시조집 《금속성 이빨》
▪ 산문집 《홈스테이는 기회다》
두루마리 화장지의 밀서 / 김남미
제 살 다 풀어주고 뼈만 남은 홀어머니
화장실 타일 벽에 동그랗게 걸려있다
마지막 가쁜 숨 쉬며 하늘길 더듬는다
여린 혀 여물기 전 메조 밥 먹이던 손
술지게미 비틀비틀 노란 하늘 넘어질 때
마른 몸 일으키느라 들꽃마저 되지 못한,
얼마나 시렸을까, 가슴속 박힌 얼음
층층이 구멍 난 밤 애간장 숯이 된 채
그 홀로 어둠을 파고 도로 묻는 눈물의 밀서
김남미 시조집 《금속성 이빨》수록
첫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제 살 다 풀어주고 뼈만 남은 홀어머니”
화장실 벽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는 자신의 몸을 조금씩 풀어주며 점점 작아진다. 시인은 그 평범한 생활용품 속에서 평생 자식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어머니의 생애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늘 그랬다.
좋은 것은 자식에게 먼저 주고, 자신은 남은 것을 먹었다. 자식 학비를 위해 옷 한 벌 사지 못했고, 아파도 병원 가기를 미뤘다. 그렇게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조금씩 풀어주며 살아왔다.
시인은 두루마리 화장지의 빈 심지에서 홀어머니의 삶을 본다.
특히 “들꽃마저 되지 못한”이라는 구절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들꽃은 비록 작고 이름 없어도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수많은 어머니들은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꽃을 피워볼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그래서 이 시는 한 사람의 어머니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에게 어머니는 여전히 그립고 미안한 존재인 것 같다.
김남미 시인은 일상의 가장 흔한 사물인 두루마리 화장지에서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길어 올린다.
평범한 사물을 통해 인간의 가장 깊은 정서를 불러내는 힘,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를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들은 평생 말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에 품고 살았을지 모른다.
김남미 시인이 말한 “눈물의 밀서”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편지를 너무 늦게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