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박힌 화살이 살을 파고들어 소가 움직일 때마다 피가 흘러넘친다. 오로지 고통만이 소를 지배할 때, 금박의 화려한 옷으로 자신을 치장한 투우사가 나타난다. 절제된 동작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잘 단 련된 몸이 붉은 천을 든다. 칼이 감춰져 있다. 아름다운 폭력에 눈이 부신 영화.<고독의 오후>
직장에 다니고 퇴근 후 네 아이를 함께 돌보는 엄마 안나는 몽키가 말하는 ‘바깥 양반’이라는 호칭을 거절한다. 출산의 주체로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었으니 여느 ‘바깥 양반’과 다르다. 안나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었고 전업주부 몽키의 마음도 궁금했던,<반칙왕 몽키>. ‘반칙왕 안나’도 나왔으면.
10년 차 전업주부. 네 아이의 주양육자. 아빠 몽키는 학교에 번쩍, 지역공동체 육아 활동에 번쩍, 가정에 번쩍! 쉴 틈 없이 움직��다. 육아와 살림 왕 몽키는 반칙이 아니다. 물론 영화 <반칙왕 몽키>에는 몽키의 반짝이는 면만 보여주었으니 여기에선 반칙이 맞다.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육아.
“너무 잘 견디는 사람들과 너무 똑똑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 격차가 이상하다. 나는 아주 분명한 섬뜩함을 느낀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시가 아니다. 아주 또렷한 음성. 숨을 쉬고 있습니까?”
-여세실, 「뒤늦게 도착한 시를 위한 식탁」 중
『화살기도』(민음사 , 2025.07)
“내가 읽은 소설들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던 건 어릴 적뿐이었다. 이제 나는 중요한 것이 책에 서술된 허구의 사건들보다는 독서 중의 체험, 책 속 이야기가 일으키는 감정 상태,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들이라는 진실을 ��다.”-SIGRID NUNEZ, 『그해 봄의 불확실성』
빨랫감을 소파에 던져두고 아이가 남긴 토스트를 먹고 황급히 집을 나왔더니, 책을 한 ���간 읽고도 아직 조조로 영화를 보러 가도 될 시간이다.
육아와 집안일은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난 여전히 무용한 사람 같다. 4���이 지난 <쓰.못.잠>을 두고 다른 선생님들은 무슨 이야길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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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발을 벗으면서도 너만 바라봐, 그 좁은 의자에 몸을 전부 모은 채로, 초점 없는 네 작은 눈동자가 홀로 부서지고 있었구나,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야? 나는 알고 있지 오늘 하루도 네가 겨우 버텼다는 것을, 겨우, 숨을 아예 놓지는 않으려고”
-박상수, 「끝말잇기」 중
『메신저 백』
“ 그러나 키퍼의 어둡고 불길이 서린 나치 건물들의 폐허 앞에서나, 납으로 만든 도서관 앞에서는 웃을 수가 없었다. (…)
아니, 키퍼의 작품 앞에서는 모두가 침묵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숲과 강 그리고 안젤름 키퍼』(비트윈, 2026.3)
- 안젤름 키퍼 작품, <검은 눈발> (일부), 2006.
“존재하는 것은 포착될 수 없고, 그 비밀에는 결코 닿을 수 없기에, 모든 예술은 본질적으로 실패작이다.(…)
창조라는 행위에는 언제나 파괴가 동반된다.
대략 이렇게 나는 키퍼를 이해했다.” (p170)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정애 옮김
『숲과 강 그리고 안젤름 키퍼』(비트윈, 2026.3)
나치 독일의 역사와 신화와 언어가 ��긴 안젤름 키퍼의 작품과 광대한 작업 공간, 우연을 창조하는 그의 다양한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었던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 <안젤름>(2026.5)
중간에 파울 첼란과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육성으로 낭송되던 시를 비롯해, 영화의 모든 장면이 문장으로 남았다.
“사랑이라는 말을 누가 가져갔는지, 그 말을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몰라도 좋다. 어떤 말은 몰래 가져가야 자기 것이 되는 거 아닐까. 간절히 얻은 말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
-남지은, <훔칠 수 없는> 가운데.
남지은의 5월,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난다, 2026.5)
“네가 이 이야기에서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너는 악당도 주인공도 아니었으면 어떠한 대상도 목표도 아니었다. 너는 불시에 끼어들어 모든 사람의 원한을 산, 얼뜨기 조연이었다.”
-함윤이,「나쁜 물」 중
『자개장의 용도』(문지, 2025.11)
누군가에게 다정한 수호자 같은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