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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주프로젝트에서 <말해의 사계절> <206: 사라지지 않는> 등의 독립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허철녕의 차기 연출 예정작으로 소개되었던 <기계의 나라에서>가 2025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이 되었다. 그런데 감독의 이름에서 허철녕은 사라지고, 제작사 대표인 김옥영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김옥영은 영화제 기간 인터뷰에서 “제작 방향에서 이견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고 이야기했다. (https://t.co/evww1q7ovs)
이래저래 외부에서 봐도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허철녕 감독이 드디어 입을 떼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다른 방송 미디어나 주류 영화 산업에서 줄기차게 벌어졌던 일이 (이미 어느 정도는 암암리에 이야기되고 있었지만)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않았음을 보이는 모습이다. 공론화만 되지 않았을 뿐, 참으로 다른 대형 자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철면피를 두른 모습도 이 판에 여럿 있지 않았나.
누군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은 비단 독립 국영화/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한국 창작씬 여기저기는 물론, 해외에서도 꽤나 자주 보였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 한 편 나오는 이상으로 중요한 건, 그 작품이 나오고, 다시 이후로도 작품이 제작될 수 있는 구조와 과정이다. 좋은 작품을 명목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권리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 없이 가는 것은 결국 어떻게 말해도 ‘착취’이다. 그런 착취가 일상화된 곳에서 누군가는 계속 참으며 속으로 곪고, 그러다가 누군가는 버티지 못하고 떠나기를 반복할 따름이다. 그저 ‘독립적 제작’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이미지 아래, 실제 벌어지는 관계성에 대한 접근은 외면하고 갔던 것은 아닌가.
김옥영 대표의 제대로 된 해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문제가 그저 이 작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나 영상 제작이 놓인 어떤 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하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지, 어떻게 이런 문제에 대한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독립 영화/다큐멘터리/영상이 그저 ‘자원 봉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분명한 일‘로 인식한다면, 이 문제가 지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