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자면 애국심을 드러내거나 고취하기 위한 역사 보존 및 복원의 산물이었던 이 도시들은 누군가가 그렇게 강조하려 애쓴 애국주의가 대체 무엇인지를 묻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전시장이 된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어쩌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하지만 주로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와 선주민들의 땅을 점령했으며,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을 부렷던 정착민 식민지주의가 윌리엄스버그라는 도시 공간에 배어 있다 보니 그러한 노력의 성실함 또는 진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하지만 새로 지은 건물과 오래된 건물의 차이를 꼭 충돌한다고 여겨야 할까. 그 자체로 역사의 또 다른 층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있는 그대로의 여건을 받아들이고, 역사 테마파크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되 이를 통해 진정성을 강조하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은 아닐까."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불교와 불교 미술품에 어울리지 않는, 서양식 박물관 같은 건물을 세운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나라 공원과 이곳의 문화유산을 근대국가의 서사에 포함시키려는 것이 메이지 정부의 의도였으며 프랑스식 건물은 이런 지배자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문화유산 보존 및 복원 지원은 대자산가의 특별한 과외 활동을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오래된 궁전과 대성당 수리에 지원금을 보내면서 개인적으로는 미국에도 그런 문화유산을 만들어두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즉, 이들에게 강한 근대 국가는 곧 제국을 의미했으며, 제국은 문화적인 면도 갖춰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은 고대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시였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곧 고대 문명의 상징성을 이용해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메이지 정부에게 희망하는 '근대 국가'의 상징이자 일본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줄 무엇이 필요했다. 폐허가 되어 지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나라는 딱 맞는 이용 가치를 부여 받았다. 그때부터 나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국가나 민족의 기원 신화는 '우리'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인물들은 지향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이러한 '우리'라는 정체성을 적극 활용하고, 심지어 '우리' 밖의 사람들을 학살하는 명분으로까지 이용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로마와 교토에서 수많은 문화유산과 역사적 경관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데에는 종교적 배경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두 도시에서 우리가 떠올릴 만한 명소 가운데 종교와 관련 있는 곳들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그렇다면 오늘날의 로마를 우리 앞에 남겨준 것은 누구일까. 18세기 말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왕년의 아우구스투스처럼 로마의 명성을 되살리려 했다. 프랑스를 손에 넣은 그는 유럽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가톨릭 교회의 힘을 견제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마르티누스 5세와 니콜라우스 5세가 로마의 복원을 애쓴 데는 교황으로서의 책임감과 신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게 다일까. 로마의 복원과 보존 행위를 통해 로마의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들이 효과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나아가 유지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말하자면 정통성은 지배를 합리화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근거를 가장 효과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역사적이거나 종교적인 서사와 이를 상징하는 산물인데, 역사적 경관만큼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며 상징적인 산물이 또 있을까."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건물이나 정원 등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변치 않은 기술을 지닌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세월의 흐름으로 훼손되고 변형된 외형을 관리하기 위한 장인이 대를 이어 존속했고 사찰이나 신사로부터 일감을 받아온 이들로 인해 전통적인 기법 역시 보존되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