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계_트친소#독서계트친소#독서계
대학생이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있어요!
여러책을 한 번에 읽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장르는
추리, 로맨스, 힐링/판타지예요
자취생 돈이 없기에..
주로 이북으로 책을 읽어요
현재는 부활과 저소비 생활을 읽고있어요
같이 책 얘기하실분..ㅎㅎ
#도서무료제공#낙낙한책장
📖이름들 (가제본), 플로렌스 냅
✎𓂃
자신을 정의하고 타인을 정의하는 최초의 순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름’은 흔히 삶의 궤도를 꿰는 첫 구슬처럼 여겨지곤 한다. 흥미로운 구조와 서사가 똘똘 뭉쳐 완성된 『이름들』 또한 시작부터 그 궤를 함께한다.
이 작품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를 명문화하는’ 출생 신고서 작성을 앞둔 어머니 코라와 그녀의 아홉 살배기 딸 마이어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세 가지 후보. ‘베어’, ‘줄리언’, ‘고든’. 『이름들』은 그 제목에 걸맞게 세 가지 이름을 따라 세 가지 경우의 수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이름과 삶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나란히 엮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명리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운명론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이나 초반 뉘앙스와는 달리 선택과 기회에 따라 달라지는 삶을 그리며 예상을 빗겨가는 전개를 이어간다.
작품의 큰 시작을 여는 ‘이름’은 어쩌면 처음부터 커다란 미끼에 가깝게 기능했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정해진 직후의 상황이나 아이들의 성장 과정까지만 살펴보면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명리적이고 폐쇄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작을 다시 돌아보면 이름 또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 중 하나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삶과 주변인의 삶이 요동치는 여러 순간 또한 이름의 명리적인 의미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을 감싸고 있던 주변의 상황과 관계들이 그러했을 뿐이다.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평행세계에 가까운 구성을 띠고 있는 만큼 코라의 아들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주변인과 상황은 꽤나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세 가지 삶의 형태가 다르기에 주변인의 역할이나 위치, 벌어진 상황이 불러오는 결과 또한 모두 다르다. 때문에 완전히 달라진 점과 수많은 달라짐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7년이라는 긴 간격을 커다란 구조로 잡고 있어 메워지지 않은 자리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바람이 새는 공란보다는 상상을 채우는 공백처럼 느껴져서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감히 단언컨대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점은 작가의 다음 작품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개의 이름이 가지는 삶의 곡선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누구도 완벽히 행복하거나, 완벽히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다. 이미 초반부에서 각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명확했던 만큼 삶의 결과를 역산해 다소 틀에 박힌 형태로 예측할 수 있었는데, 『이름들』은 그 틀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모두의 삶에는 각자의 행복과 불행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름을 통해 하나의 삶이 명문화될 것만 같았던 이야기의 시작과는 달리, 끝에 이르러서는 이름에 삶을 완벽하게 붙들어둘 수 없음을, 이름은 삶을 결정지을 수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세 가지 삶 중 정답인 삶을 만들어두지 않은 배포가 놀라웠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에필로그를 통해 보여준 또 하나의 가능성 마저 세 가지의 삶을 통해 배운 메세지를 다시금 투영하게 만든다.
✎𓂃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자기 탓은 아냐. 맞아, 인생이란 게 원체 부딪히고 충돌하고, 그러다 상대를 저리로 튕겨내버리기도 하지. 그게 삶이야. 자기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선택은 결국 각자의 몫인 걸.
때때로 우리는 삶이 하나의 틀에 박혀 박제된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틀은 이름일 수도, 짙은 후회로 점철된 어떤 한 순간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삶의 전체를 완벽하게 결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쇄를 통해 완성되고, 그 모든 선택은 우리가 직접 빚어낸 결과를 향해 나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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