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태어난 날, 혹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 生. 날 생. 나고 삶. 그거 알아요? 바둑판에는 361 개의 교차점이 있어요. 돌은 스스로 그 자리를 고르지 못하죠. 우리가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처럼. 어느 모퉁이에 놓일지, 어느 막다른 골목에 몰릴지는 아무도 몰라요.
삼각김밥은 사실상 식사가 아니에요. 충진이죠. 곯은 위장에 착각을 부여함이랄까. 소비기한이 임박해 말라 비틀어진 밥을 전자렌지에 돌리면 더 말라서, 뜨겁지만 버석한 식감이 돼요. 일반식은 시간이 많이 들고, 배달은 품이 많이 들고. 편의점에서 다른 걸 먹자니 데워야 하는 밥알은 똑같거든요.
내가 걸어온 걸음 하나하나에는 지독하게 타는 냄새도, 네 비웃음도, 쏟아지는 빗방울 하나도 빠지지 않게 챙겨서 묻혀 뒀어. 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본 날, 하늘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면 금방 뒤돌아 확인하려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보여 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미 너무 많이 왔어요. 그러니 잠깐의 상상만 해요. 깊어지면 오해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의미가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아팠고, 흉지고, 뒷걸음이 만연해서 앞으로 내딛어도 아직은 후퇴로 남았는데. 이미 새겨진 건 지워지지 않는데.
야, 너, 동은아, 문동은, 썅,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호칭들. 그 안에 절대로 우리는 없었잖아. 우리는, 우리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니어야 하잖아. 머리 크고 나니 조금은 겁이 나? 어떡해. 원래 업보는 쌓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것까지 패키지야. 이제 수령 시간 임박하셨어요.
가끔은 우리 둘 중 하나, 어쩌면 우리 둘 다 폐허에 갇힌 것 같아요. 한 명은 도면이든 키쯤은 가지고 있어야 희망이 있는데, 어쩌죠. 둘 다 빈손이라. 잡을 수 있는 게, 서로의 손 말고 있나요. 쓸모 없다고 하려고 했는데, 선배 얼굴 보니까 이 말은 묻어야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