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예전에 고시원 총무 알바할 때
방세 보름 밀린 아저씨 있었음
원장이 당장 쫓아내라고 난리치길래
방 가보니까 진짜 처참하더라
비닐봉지에 책 몇 권이랑 옷가지가 전부였음
그 모습 보는데 왠지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
어차피 알바비 들어오니까
내 돈 십만 원으로 방세 몰래 메꿔주고
내가 먹으려던 컵라면 몇 개 쥐어드리면서
며칠 더 계시라고 함
아저씨는 울먹이면서 연신 고개 숙였고
그냥 그걸로 잊고 살았음
가끔 명절에 감사하다고 안부 문자 오긴 했는데
그냥 형식적인 건 줄 알았음
그러다 작년에 내가 전세사기 제대로 터짐
보증금 다 날리게 생겨서 멘탈 박살나고
변호사 상담만 몇 군데를 다녔는데
다들 돈 돌려받기 힘들다는 소리뿐이었음
너무 답답해서 카톡 프사에 신세한탄
올려놨더니
그 고시생 아저씨한테 먼저 연락이 옴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대충 털어놨더니
관련 서류 싹 다 자기한테 보내보라고 함
알고 보니까 그 아저씨 사법시험 합격하고
서초동에서 변호사 하고 있었음
수임료 한 푼도 안 받고
자기가 끝까지 판 뒤집어주겠다면서
진짜 악착같이 붙어서 보증금 다 받아내줌
십만 원짜리 호의 베풀었다가
수천만 원 인생 구원받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소주 마시는 사이인데
진짜 인생 어디서 어떻게 돌아올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