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읽었는지 혹은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요즘 사람들이 우울감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실체 없는 노동 때문이라는 말을 접한 적이 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채집과 수렵을 통해서 만족감을 느꼈는데, 현대로 오면서 실체가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 일상을 반복하기 때문이라나. 160p.
시골집을 찾아다닐 즈음 나는 일과 사람 관계에 지쳐 무기력한 상태였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들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함께 민화를 그리는 한선생님이 올해는 돈을 많이 벌라며 직접 수를 놓은 싸리비를 선물로 주셨다. ‘봄’이라는 글자가 따듯하게 느껴진다. 돈을 마구 쓸어담기보다는(그럴 일도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도 잘 살피고 바지런하라는 뜻이겟지. https://t.co/f5JXKqNEwo
백지의 바탕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듯이 나는 백지의 일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려진 땅처럼, 나는 광활한 자유가, 황폐한 자유가 필요하다. 어떤 소속도, 직위도 없는 시간의 황무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거기서 한없이 고독하고 춥고 배고프고 쓸쓸해야 한다. - 112p./10cm 예술 2/김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