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는 줄 서서 바나나를 샀고, 그 위 세대는 줄 서서 설탕을 샀고, 인류는 늘 줄의 길이로 가치를 측정해왔는데, 설탕 줄은 생존이 결핍된 세대의 줄이었고, 바나나 줄은 풍요가 결핍된 세대의 줄이었다.
그럼 칼로리도 넘치고 바나나가 천 원인 시대에 두 시간을 서는 이 세대는 뭐가 결핍된 걸까.
여기서부터 조금 지독해진다. 이 세대에게 결핍된 건 인과다. 기다리면 반드시 보상이 나오는 시스템. 노력하면 되는 게임.
생각해보라. 이 세대가 아는 대기열은 전부 사기다. 줄은 없다. 청약은 추첨이다. 십 년을 부어도 앞사람이 몇 명인지조차 안 알려준다. 채용은 블랙박스고, 대기 순번 대신 "아쉽지만 귀하의" 로 시작하는 메일이 온다. 티켓팅 대기열은 매크로가 새치기하고, 부동산 줄은 태어날 때 순번이 정해져 있다. 노력과 보상 사이의 배선이 전부 끊긴 세상에서, 성심당 줄은 거의 유일하게 배선이 살아있는 기계.
두 시간 서면, 반드시, 예외 없이, 망고시루가 나온다.
새치기도 부모찬스도 없고,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받는다.
그러므로 저 줄이 파는 건 작동하는 공정.
이 세대는 공정을 하도 못 받아봐서, 돈 내고 두 시간 기다려서 공정을 소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