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무새를 다잡고 아슬한 경고 사격 쏘는 법까지 어쩌면 당신을 닮았으리라 큰 덩어리가 찰흙처럼 뭉그러져 둔하게 움직이던 것을 이제는 조각할 줄 알고 성미에 맞지 않으면 작은 점토를 덧대어 고쳐 정돈할 줄도 알게 되었다 자그마치 스무 해의 시간 그간 나는 깎이고 다듬어져 고치 밖으로 탈화하니
춘기 다 가시고 뙤약볕 소맷자락 너울거릴 무렵에 달하면 항상 딸려 오는 것이 있어 앞니 빠진 중강새 못 앞에 나와 송사리나 쫓고 풀밭에 뒹굴면 그 뒤로 인영 둘이 나란히 곁을 지키지 덜 자란 앞니 그 아래 제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던 그 무렵 나의 뒤로는 무엇이 있었나
빗물에 목을 축이고 바람을 요람 삼아 웅크린 채 당신을 떠올리고는 했다 동경은 싱거웠고 자립은 씁쓸했다 순흑의 광물이 되어 순백의 광을 삼킬 것이다 우리는 같은 그늘에 존하면서도 줄곧 섞여들 수 없어 그러나 육감을 일깨워 붙들 옷감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을 비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