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귀하신' 분들이 웃긴 게 뭔지 알아? 돈 밝히는 걸 속물이라고 욕하지만, 정작 목에 칼이 들어오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빌어. 나는 그런 거 안 통하니까, 귀찮을 일 만들지 말자고. 어차피 이제 그거, 네 거 아니야. 아니지, 애초에 네 것이었던 적도 없었지. 안 그래?
영원 했어야 할 맹약도 깨뜨려버린 팔자에 떠나보낸 옛 전우를 호명하자니, 오롯이 나의 시간만 제 자리에 멈추어선 손도 닿지 않을 간극까지 멀어진 듯 했으나 단념하진 않았다. 느리지만 필시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알기에. 그대여 부디 강건하라, 때가 되면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