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일궈낸 육신은 완벽한 동시에 불완전하여. 갈증을 해소하지 않으면 목은 타들어 갔고, 입치레를 거르면 허줄함에 내장이 꼬이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인간 육체의 모든 단점을 고스란히 지니게 된 수치. 수 세기 만에 말을 내뱉을 수 있게 되었을 땐 짐승의 잡음과도 같은 제 목소리를 경멸했다.
매사에 일무실착하려 해도 이 손을 떠나간 살촉이 웃으며 역병을 퍼트릴 때마다 내면에선 목을 죄어오는 비통함을 느꼈다. 그조차 모자라다 하여, 과녁을 노목지시하며 활시위를 당기려 할 순간마저도 병자가 경련을 일으키듯 양팔은 부들거린다. 이것은 아직─ 단지 꿈틀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아이오니아의 자손들아. 좀 더 추하게 갈구하도록. 이런 마당에 언젠가 다시 함께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지독하리만큼 강한 의지와 헛된 희망에 눈이 멀어 주제도 모르고 복수귀의 무력을 뼛속까지 탐하여라. 슬슬 우리의 언약을 완성하도록 하자. 혈의 맛에 눈을 뜨는 그날, 내 흔쾌히 힘을 빌려주마.
@Snuff_0ut_1ight (도통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간 침묵해) 세상만사 뜻대로 풀릴 수만은 없는 법이니. 그대를 놓고 정약한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다만, 우리는 본디 억세기에 더욱 고독한 존재일지도. 평생 짊어지고 안아가야 할 정명인 셈이지. ··· ···그저 무뎌질 대로 무뎌져 익숙해지는 수밖에.
너희 필멸자들은 집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 굳게 믿으며 사랑하는 이와 온기 속에서 위안을 찾길 바라지. 얼마나 큰 착각인 줄도 모르고, 평생을 낭비할 만큼 멍청하게. 허나 그럼에도 바란다면··· 공조를 대가로 난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네 연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거짓 사랑이라도 속삭여주랴?
@Snuff_0ut_1ight 아무렴, 무고부진한 이의 근상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남을 괄시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아나··· 보아하니 숙주인 소년 하나를 취하는 게 힘들어 인간의 가죽마저 뒤집어쓰지 못했다더군. 그의 무기를 보면 필시 자네는 농사나 지으러 나온 것이냐며 웃겠어.
@Snuff_0ut_1ight (돌아온 답에는 단장의 비애에 젖은 표정을 잠시 얼굴에 내비치지만, 얼마 안 가 숨을 고르고) 아직일세. 유감스럽게도. 어렴풋이 그들의 존립을 느끼고 있지만··· 실상은 또 어떠할지. 그저 거듭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모든 것이 전도유망하리라 믿으며 찾아 헤매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