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했어야 할 맹약도 깨뜨려버린 팔자에 떠나보낸 옛 전우를 호명하자니, 오롯이 나의 시간만 제 자리에 멈추어선 손도 닿지 않을 간극까지 멀어진 듯 했으나 단념하진 않았다. 느리지만 필시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알기에. 그대여 부디 강건하라, 때가 되면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
영원 했어야 할 맹약도 깨뜨려버린 팔자에 떠나보낸 옛 전우를 호명하자니, 오롯이 나의 시간만 제 자리에 멈추어선 손도 닿지 않을 간극까지 멀어진 듯 했으나 단념하진 않았다. 느리지만 필시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알기에. 그대여 부디 강건하라, 때가 되면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
갈등이었나, 공포였나. 원인도 모를 떠름한 고해 속에 잠영하니 비로소 뵈는 침수된 세계가 있었다. 혼의 숙적이 끝 모르고 증식하며 혼란에 불을 붙이고 연대를 끊어내는 세계. 난 그 중심에 서있으나 아직 고립되지는 않았다. 단지 고요하게 흘려내는 법을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세월은 또 흘렀다. 오뉴월은 편향된 시선과 성급한 선택을 후회하고 한천은 초래한 결과를 응망하며 울었으나 돌아올 입추엔 까마득히 망각할, 흔하디 흔한 수행자의 의례였다. 다망함에도 불현듯 떠올리던 약조가 차츰 소원해질 무렵엔 또 다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에 후회를 하게 될 것인가.
나는 비탄에 익숙치 못한 천성으로도 줄곧 부정을 한 몸 처럼 받아내며 열 곱절의 백년을 감내했음에 단지 한 획 뿐인 시간을 깊이 정의하고 연연하진 않는다. 변화는 책자 뒤집듯 가빠르며 한 날의 행운이 평생을 가호하지도, 비애가 평생을 그르치지도 않기에 몇 마디로 한 해를 장담하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