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 알바 중.
손님이 택배 상자 안에 아이스크림 12통을 넣어 보내고.
품목은 ‘건강식품’이라고 적었습니다.
사흘 뒤 전부 녹았다며.
저한테 12만 6천 원을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야간 근무 중이었습니다.
한 여성이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상자는 테이프로 여러 번 감겨 있어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택배 접수를 도와드리면서 물었습니다.
“혹시 냉동 제품인가요?”
여성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건강식품이에요.”
스티로폼 상자라 조금 이상해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죠?”
이번에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택배 접수 과정에는.
변질될 우려가 있는 물품인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여성은 직접.
‘변질 우려 물품 아님’
에 체크하고 서명했습니다.
품목에도.
‘건강식품’
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대로 접수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그 여성이 다시 편의점에 왔습니다.
표정부터 화가 나 있었습니다.
휴대폰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상자 안에는.
완전히 녹아버린 수제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12통이었습니다.
여성이 말했습니다.
“이거 다 버리게 생겼어요.”
“12만 6천 원인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이게 그때 보내신 택배예요?”
“네.”
“그런데 건강식품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러자 여성이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만 봐도 냉동식품인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냉동 제품인지 두 번이나 물었다고 했습니다.
여성은.
자기가 택배를 잘 몰라서 그렇게 대답했을 수도 있지만.
접수하는 직원이 알아서 주의사항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품값 12만 6천 원을.
제가 직접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점장이 나왔습니다.
상황을 듣더니.
며칠 전 접수 기록을 출력했습니다.
품목.
‘건강식품.’
변질 우려 여부.
‘해당 없음.’
그리고 바로 옆에는.
손님 본인의 서명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점장이 물었습니다.
“직원이 냉동 제품인지 확인했다고 하는데 맞으시죠?”
여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인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상품값을 물어주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한동안 항의하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근무일.
계산대 옆에 새로운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냉장·냉동 제품은 반드시 정확한 품목을 말씀해 주세요.’
그 아래에는 점장이 작은 글씨로 한 줄을 더 적어놨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날 이후 스티로폼 택배를 받을 때마다.
저는 아직도 한 번 더 묻습니다.
안에 든 물건을 숨긴 사람이 따로 있는데.
상자를 보고 내용물까지 맞히는 게.
택배 접수 업무에 포함된 줄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