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교수
출결업무 방해 유죄에 대해
한영외고 출결 업무방해 건은 ‘공익인권법센터 활동예정 증명서’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알려진 혐의인데 알고 보면 단순합니다. 현장체험학습 신청서 이야기입니다. 맞습니다. 전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그것입니다. 가족 여행을 가거나 할머니 댁에 가도 출석 인정하는 것, 교외체험학습이라고도 합니다.
조국 교수님 가족은 아들이 고3이던 2013년 7월에 체험학습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신청서와 함께 인턴활동 예정증명서를 제출했습니다. 앞으로 한 달 이렇게 인턴 활동을 할 것이라는 예정증명서를 기관에서 발급받아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이 예정증명서대로 할 계획도 없으면서 이를 제출해서 담임이 출석을 인정하게 했다며 업무방해죄로 형사 기소했습니다. 좀 어이가 없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다음의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a. 피고는 '출석을 인정받을 증빙서류'로 사용하려고 예정증명서를 제출했다.
b. 애초에 활동을 할 의사나 계획이 없었다.
c. 담임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위 서류에 기초하여 5일을 출석 인정했다.
d. 위계로 담임의 출결 업무를 방해했다.
학교 현장에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몇 가지 의아한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활동예정증명서는 교외체험학습 업무의 과정에 불필요한 서류입니다. 체험학습을 허가받으려면 신청서(또는 학습계획서)만 내면 됩니다. 예정증명서는 물론 어떠한 증빙서류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체험활동 후 출석을 인정받는 데에도 그런 서류는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결과보고서입니다. 교사는 결과보고서에 기초하여 출석을 처리하지 예정증명서를 보고 출석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교사와 학부모가 아는 사실이고 교육부의 지침에도 있습니다.
지금 한영외고에도 교외체험학습을 위한 서식으로 신청서와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조원 군도 이 서식으로 신청하고 결과 보고서를 냈으니까 출석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 결과 이 인턴십활동예정증명서는 "(교외체험학습을) 출석으로 인정받기 위한 증빙서류"가 되었고 "담임교사가 신청서와 예정증명서를 기초로 출석을 인정"했다며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업무에 무관한 서류로 담임이 출석을 인정했다는 기이한 결론입니다. 마치 해외여행을 간 사람을 두고 "너는 여권과 항공 티켓 외에 호텔예약확인서를 보여주었으니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어!"라며 죄를 물은 것과 유사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업무의 필요 서류가 제대로 정의되지 못하고, 체험활동을 신청하는 과정과 활동 후 출석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뒤섞여버린 것일까.
잠깐 다른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조원 군 가족이 왜 그때 필요도 없는 예정증명서를 제출했을까,하는 질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체험학습을 출결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혹시 학생과 학부모가 업무를 잘 몰라서 제출한 것 아닐까. 아닙니다. 조원 군에 앞서 누나 조민 양도 이미 3년 간 한영외고를 다녔습니다. 또한 조원 군은 4개월 전인 2013년 3월에 '내성천 모래강 탐사’ 명목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했을 때에는 신청서만 제출했었습니다. 공판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러니 7월에 이 학생과 학부모가 절차를 잘 몰라서 예정증명서까지 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설사 이들 학부모와 학생이 7월 들어 갑자기 바보가 되어 '출석 인정을 위해' 예정증명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담임교사는 “신청서 내고 나중에 결과보고서 내야지 이걸 왜 내?”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는 담임교사도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예정증명서를 받았습니다. 이상하지요.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판결문에 올려진 조원 군의 검찰 조사 진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거길 보면 조원 군은 ‘한영외고가 여름방학 동안 시행하는 수업에 빠지기 위해 제출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아, 보충수업! 저는 이것이 그의 행위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유일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정증명서의 인턴십 활동 예정기간이 한 달, 여름방학 기간과 일치하는 점도 그의 진술을 뒷받침합니다. 만일 조원 군이 방학 직전 5일간의 정규수업 출석 인정을 받으려고 했다면 예정증명서는 필요도 없었지만, 설사 제출하더라도 5일짜리로 끊어 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결과보고서를 써내기도 덜 번거롭습니다.
정규 수업 5일의 출석 인정에는 필요 없었던 서류, 그래도 굳이 기관에 끊어 달라고 해서 낸 서류, 담임교사조차 ‘신청서만 내면 되지 왜 이걸 제출해?’라고 반려하지 않고 받은 서류.
이 서류에 대해 정규 출석 인정 목적이 아니라 방학 보충수업에 빠지기 위해 제출했다는 그의 설명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아마 세월호 관련 범법자들은 모두 무죄가 되지 않을까 조심히 예측해봄. 또 촛불집회로 구속된 자들도 무죄 되지 않을까? 그래야 모두가 야당의 프레임에 놀아난 것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지금 굥돌이 하는 것도 다 잘한 것인데 야당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무죄_탄핵_굥_건희_세월호_촛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