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눈치 볼 리가.
*가까이 다가온 당신의 고개를 힐끔 바라보다 헛웃음을 흘리곤, 이내 시선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뜬 채 메뉴판을 훑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시선이 결국 국물 메뉴에 머물자, 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손을 뻗어 모츠나베를 선택하고는 마땅히 앉을 자리를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잘 먹겠습니다.
*어딘가 의기양양한 기색이 묻어나는 어투로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당신이 결제하는 사이 창가 쪽 2인석으로 향했다.*
*당신이 오기 전, 수저와 젓가락을 주섬주섬 꺼내 놓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 저 사람 취했네.
*특별 대우라는 말을 믿는 건지 마는 건지,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돌렸다. 익살스럽게 휘어진 당신의 입매가 영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특별히 옆에 끼워진 느낌이 참 희한하네.
*용케도 수많은 간판 불빛 사이에서 찾아봤던 가게를 발견한 당신이 자연스레 방향을 틀자, 신기하다는 듯 그 뒤를 따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느새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당신에, 느릿하게 그 옆으로 다가갔다. 당신이 메뉴를 고르는 동안 화면에 차례로 넘어가는 음식 사진들을 눈에 담으며 조용히 메뉴를 고민했다.*
oO( 날것은 싫고.. 국물이 괜찮으려나. )
*넉살 하나는 좋다 싶었다. 여유가 넘치다 못해 느긋하기까지 한 당신의 입꼬리에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고작 스치는 듯한 시선마저 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의외네요. 누구든 양옆에 끼고 다닐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당신을 보고 있자니, 방금 들은 말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않았다.*
뭐, 조금 무게가 실린 것 같기도 하고.
*어느덧 번화가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뒤섞여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자연스레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중얼* 길이 지도 없이는 못 찾아오게 생겼네.
@Do_72o *속내를 감출 생각이라곤 없어 보이는 당신이 영 미덥지 못한 목소리로 능청을 떠는 모습에 눈이 가늘어졌다.*
남의 기준이 되게 빨리 허무시나봐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앞서가는 당신을 보며 한 방 먹은 듯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뒤늦게 걸음을 재촉했다.*
...같이 가요 형.
*저도 모르게 당신의 뒤를 졸졸 따르고 있는 제 당찬 걸음에 아차 싶어 바닥을 응시하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이러다 또 사기당하겠네요.
*생기 없는 눈빛으로 느릿한 걸음을 옮기던 도중, 들려오는 형 소리에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가며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저희 벌써 그렇게 가까워졌습니까 선배님?
*괜스레 말투를 굳힌 채, 뻔뻔스러운 미소를 옅게 지어 보였다.*
딱히 화를 돋우려는 건 아니고.
*제법 태연한 낯을 하고서는 조잘조잘 날 선 말을 쏟아 내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끝마다 가시가 돋쳐 있는 것이 퍽이나 사나웠지만, 굳이 하나하나 받아칠 생각은 없었다. 이만하면 알겠다는 듯 지겹게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당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얘기한다고 뭐 얻는 게 있나. 걱정할 거 없어.
*금방이라도 치고받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당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지간히도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었다. 마지막 숨을 길게 빨아들이곤 이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연기를 느릿하게 뱉어 낸 뒤,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뜨려 발끝으로 남은 불씨를 꺼뜨렸다.*
불 잘 썼다.
*더는 볼일이 없다는 듯 미련 없이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곤 몸을 돌려 골목 바깥을 향해 느릿하게 발을 내디뎠다.*
아.. 라이터가-
*기껏 입에 물린 담배가 무안하게도 찾을 수 없는 라이터에 낮은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자, 날이 선 표정으로 연기를 흘리는 당신이 보였다.*
oO( 개총 때 봤던 앤가. 반반하게 생겨선 담배도 피네. 연초면 라이터 있겠지. )
거기, 혹시 불 좀 빌려줄래
*안절부절못하는 당신의 모습이 자꾸만 곁눈에 밟히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칭찬이라기엔 어딘가 날이 서 있는 말투. 그 속에 담긴 묘한 가시가 어째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져 한 쪽 눈썹이 미세하게 치켜올라갔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당신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이내 별다른 내색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부탁이라. 무슨 말을 꺼내려는 건지 입술만 달싹이던 당신이 한참 만에야 꺼내 놓은 거창한 부탁은 고작 비밀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정작 본인은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무슨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모양이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토록 망설일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무엇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는 그저 잠잠히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뒤에선 말투가 이만큼 살갑지 않다는 거, 아님.. 지금 손에 든 거?
*시선을 당신의 손끝으로 내렸다가 다시금 얼굴로 가져왔다. 제 주변을 맴도는 연기를 쫓아내느라 부산스럽게 손을 휘젓는 꼴을 보니 어느 쪽을 뜻하는지야 알 것도 같았다.*
*당신의 말에 담긴 진의를 헤아리려는 듯 잠시 입을 다문 채 바라보다 담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느릿하게 내뱉은 연기가 입술 사이로 흩어지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