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 보러 갔다가
커플 사이를 갈라놓은 사람 됨.
보고 싶던 영화라 예매 열리자마자
가운데 줄 정중앙 자리를 잡았음.
상영 십 분 전에 들어갔는데
내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었음.
표 보여주면서 여기 제 자리라고 하니까
놀라지도 않고 그러더라.
“아, 혹시 혼자 오셨어요?”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 여자친구가 바로 옆자리라면서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함.
어디냐고 물었더니
앞에서 두 번째 줄 맨 끝을 가리킴.
목 아파서 앞자리는 못 앉는다고,
죄송하지만 제 자리에 앉겠다고 했음.
근데 일어날 생각을 안 함.
“저희가 오랜만에 같이 영화 보러 온 거라서요.”
나도 이거 보려고 미리 예매했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여자친구까지 거듦.
“혼자 보시면 어디 앉으셔도 상관없지 않아요?”
상관있으니까 이 자리를 예매한 거라고 했음.
그제야 남자가 한숨을 푹 쉬더니 일어남.
근데 자기 자리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앉을 자리 앞에 계속 서 있었음.
내가 비켜달라고 하니까
“잠깐만요. 얘랑 얘기 좀 하고요.”
둘이 내 앞에서 작전을 짜기 시작함.
다른 커플한테 부탁해볼까.
빈자리 있으면 거기 앉을까.
그냥 다음 시간 걸로 볼까.
나는 가방 들고 통로에 서 있고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계속 막힘.
결국 뒤에서 누가
일단 좀 앉으시라고 하니까
남자가 자기 자리로 내려감.
드디어 앉았는데
옆에서 여자친구가 바로 전화를 걸더라.
앞줄에 앉은 남자한테.
“응. 나 혼자 앉았어.
안 바꿔주신대.”
바로 옆에서 다 들리게 말함.
“됐어. 그냥 따로 봐.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아직 영화 시작 전이라
그냥 무시하고 휴대폰 끄고 있었음.
그런데 남자가 다시 올라오더니
휴대폰 계산기 화면을 내밈.
“자리 차액 얼마 드리면 돼요?”
가격이 같은 좌석이라 차액도 없고
그냥 여기서 보겠다고 했음.
그랬더니 헛웃음을 치면서
“아니, 돈도 싫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돼요?”
그때 여자친구 반대편에 앉아 있던 분이
조용히 한마디 함.
“앞자리 옆에 앉은 분한테 바꿔달라고 해보세요.
이 여자분 자리를 드리면 되잖아요.”
둘 다 잠깐 말이 없어짐.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었음.
여자친구가 앞으로 가면
좋은 자리 받는 사람은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여자친구가 바로 대답함.
“저는 앞에서 보면 어지러워서요.”
옆에 앉은 분이 나를 한번 보더니 말함.
“이분도 아까 목 아프다고 하셨어요.”
결국 둘은 따로 앉아서 봄.
영화 끝나고 나가는데
여자친구가 남자한테 짜증 내는 게 들렸음.
“내가 자리 없으면 다른 시간 보자고 했잖아.”
남자가 대답함.
“보통 혼자 온 사람은 바꿔준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