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를 알 수 없어 이곳에 적는다. 너는 트위터를 할 것 같거든. 본명 대신 구슬이라고 칭해도 되겠지. 너는 구슬처럼 맑으면서 속내도 투명했으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단짝이었던 구슬아.
내 다이어리와, 슈퍼 아저씨가 인형 뽑기로 뽑아 준 슈나이저 인형과, 에메랄드 색 유리 장식장에 있었던 크리스탈 곰돌이들과, 지금은 우리 엄마의 결혼식 사진에서만 볼 수 있는 결혼식 왕관을 훔쳐 간 구슬아.
어느 날 놀러 간 너희 집에서 내 다이어리를 보고 내 물건이 왜 여기에 있냐는 물음에 너는 당당히 네 다이어리라고 했지. 너의 어머니는 네 것이라고 편을 들었고, 나는 태연하게 다이어리를 열어 내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보여줬단다. 그제야 실수로 가져왔나보다 날카롭게 얼버무리며 돌려주었지.
슈퍼 아저씨가 뽑아 주신 작은 슈나우저 인형이 없어지고, 너의 집 가득한 인형 상자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굴러다니는 걸 보고 물었을 때도 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네 것이라고 했다. 너의 어머니는 네 삼촌이 사준 거라고 너를 감싸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네 인형 상자에 그렇게 낡아빠진 싸구려 인형은 없다고. 너의 할머니까지 합세해서 너를 감싸며 나를 혼내시기에 그때의 나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모습이 딱 공주 같더구나.
구슬아 알고 있니.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오고 크리스탈 곰돌이가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나의 어머니는 말없이 문고리에 여리디 여린 머리끈만 동여맸다는 걸. 문고리를 조금만 당겨도 열리는 그 머리끈은 너에 대한 잔잔한 경고였으리라. 하지만 너는 그것도 무시한 채 전부 가져갔더구나.
나의 어머니는 결혼식 때 썼던 왕관마저 네가 가져간 것을 알고 상상도 못할만큼 속상해하셨지만, 일전에 있었던 내 얘기를 들은 나의 어머니는 조용히 네 어머니의 뜻과 너의 마음을 지켜주셨다.
당장이라도 너의 집을 뒤져서 따질 수 있었지만 나는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었고, 나의 어머니는 네 어머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외롭던 어머니에게는 우정이 필요했을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조용히 기다렸다.
그때 나는 가세가 기울어 벽에 곰팡이가 슬던 반지하 좁은 집에 살았다. 너는 방이 여러개 딸린 전원주택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부족함 없이 다 가졌으면서 무엇을 그렇게 훔쳐 갔는지, 왜 그렇게 내게 못되게 굴었는지 나는 여전히 네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다. 가진 것 없는 내게 무엇이 그토록 탐이 났는지.
성인이 되고 너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는 네 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네 슬픔을 알기에 너처럼 울어주었던 것을 기억하니. 조문이 끝나고 연락하겠다는 말했지만 쉽게 연락할 수 없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하나였고, 타이밍은 좋지 않았으니 나는 그렇게 한 번 더 너를 기다려야 했다.
다른 것들은 이미 버려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추억이 깃든 물건도 아니었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장식장에 고이 보관돼 있던 크리스탈 곰돌이들, 내 어머니가 결혼식 때 썼던 왕관은 버리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건 반짝이고 예쁜 장난감도, 싫증이 나면 버릴 수 있는 것도, 그저 단순히 내 추억도 아닌 나의 어머니의 결혼. 인생 한 번 뿐인 결혼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물건이다. 나는 이제 내 어머니께 어머니의 물건을 돌려드리고 싶다.
이 글이 네게 닿으면, 네 얘기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을 확신한다. 구슬아. 우린 이제 초등학생이 아닌 어른이 됐다. 이제는 돌려줄 때도 되었다. 어린 날의 너를 질책하지도, 탓하지도 않고 나는 다시 조용히 흘러갈테니 이 글을 보면 익명으로라도 연락해 돌려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돌려준다면 너를 미워하지 않음을 다짐한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네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겠지. 우습게도 그게 전부겠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가 우연히 어디서 마주칠지 또 어떻게 알겠니.
지금은 늦었을까요..?
저희 어무니는 가게 적자로 인하여 전부 접으시고 마지막 도전으로 땅콩버터를 시작하셨습니다…! 다른 첨가물 없이 순수 땅콩만 100% 들어간 땅콩버터인데 땅콩버터를 몰랐던 저도 일주일에 2-3번은 꼭 먹게된 맛이예요 정말 맛있습니다 🥲 트칭구들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