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선고에 대한 입장문
오늘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실망을 표합니다. 이번 판결은 사건의 실체와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판단으로, 승복할 수 없으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여 진실을 밝히고 법적 정당성을 입증할 것입니다.
2019년 11월 북한으로 송환된 두 사람은 검찰의 주장처럼 대한민국 사회를 동경하여 자유를 찾아온 선량한 일반 탈북민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동료 선원 16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북한 내에서 도피가 어려워지자 다시 바다로 나와 도주하던 중 우리 해군에 나포된 흉악범들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안보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송환을 결정하였습니다.
더욱이 이 사건은 당시 검찰이 2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이미 불기소 처분했던 사안입니다. 2021년 11월 검찰은 피의자들이 법령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당하게 직무를 집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송환된 두 사람의 귀순 의사에도 진정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자 대통령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계기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 다시 수사 대상이 되었고, 무리한 고발과 재수사, 기소가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범죄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닌데, 전임 정부의 국가안보 관련 정책적 판단을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재단하여 형사처벌하려 한 것입니다.
1심 법원도 판결문에서 이러한 수사와 기소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제공한 자료의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으며, 검찰이 객관의무를 충실히 준수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오히려 1심보다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적 논란 속에서 시작된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전임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형사책임을 가중한 이번 판결이 과연 법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책의 결정과 이행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당시의 긴박한 상황, 관계 법령의 해석상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사후적인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법원도 인정했듯이, 남북 분단의 지속으로 우리 법체계에는 여전히 “모순과 공백”이 존재하며, “가치와 현실의 괴리와 모순”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고도의 정책적 판단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앞으로 어느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 있게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국가의 형벌권은 정치적 보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검찰 개혁이 이루어진 지금 앞으로는 과거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과 기소권이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행사되었던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대립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한반도의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필요한 것은 과거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과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초당적 협력과 책임 있는 정책적 판단입니다.
대법원에서는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이 사건의 진실과 당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지닌 정당성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6년 10월 21일
정의용, 서훈, 김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