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일석 기자
<"정청래 '친노 적통' 주장"... 장성철의 왜곡>
어제 고민정 의원과 관련해 이런 기사들이 나왔었다. (고민정 의원 저격하는 글 아니니 미리 오해하지 마시길)
고민정 “정청래가 친노·친문 ‘적통’? 그분들이 인정하실까”[한겨레]
고민정, 정청래 '친노 적통' 주장에 "하늘에 계신 분들이 인정하겠나"[조선일보]
고민정 “계파 적통? 하늘에 계신 분들이 인정 안할 것”…정청래 ‘친노·친문’ 구애 비판 [경향신문]
여러 개의 기사 제목을 긁어올린 것은 이 얘기를 어떤 특정 기사에서 본 게 아니라 어디서 스쳐가듯 봤거나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기사들에 따르면 정청래가 친노 친문 적통을 자처했다고 고민정 의원이 얘기했다는 건데 이거는 사실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적통이니 뭐니 하는 건 정청래의 어법이 아니었다.
'정청래 적통'이라고 구글에서 검색해도 정청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기사나 자료는 없었다. 혹시 퇴임사에서 노무현 키즈라고 강조했던 게 생각나서 거기에 그런 말이 있나 퇴임사를 몇 번을 다시 봐도 '적통'이라든가 혹은 그렇게 해석되거나 오인될 수 있는 말은 일절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청래 전 대표의 발언들을 뒤져보다 뒤늦게 고민정 의원 기사를 찾아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진작 기사를 읽어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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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적통’ 주장에 “하늘에 계신 그분들께서 그런 것들을 인정하실까”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정 전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친문·친노의 적통이라고 강조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자꾸 뭔가를 얘기하시면 그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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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진행자가 "정 전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친문·친노의 적통이라고 강조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라고 물으니까 정청래 전 대표가 그런 말을 했겠거니 하고 그렇게 답을 한 것이다. 이 진행자가 누구냐 하면 장성철이다. 나쁜 XX.
이것은 장성철의 대단히 악의적인 왜곡이지만 기본적으로 소위 평론가나 언론들이 병적으로 '정치인의 족보'를 따지는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뭐든 계파로 나누고, 누군가를 어느 계파로 지목하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욕하고 싸움붙이기 좋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자기들이 스스로 강력히 '친명' 계파임을 입에 침을 튀겨가며 강조하는 족속들을 제외하면 사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계파는 없다. 대표적으로 '친청' 계파는 없다. '친석' 계파는 모르겠다.
사실과는 관계 없이 어느 정도라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경우는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청래 대표의 경우 대표를 보좌하는 당직이나 고위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친청'으로 분류해 부를 수는 있다.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다른 근거 없이 코딱지만한 인연이 있어도 그걸 근거로 계파 딱지를 붙이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못된 버릇들이 특히 소위 민주진영 평론가들에게 만연돼있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정원오 서울시장 캠프에 대해 얘기하면서 "정원오가 친문에 둘러싸여 선거를 망쳤다"고 얘기하는 평론가를 봤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게 고민정, 윤건영, 채현일 의원이었다.
고민정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깝고 문 대통령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서 해결하고 해명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명실상부 '친문'으로 불려도 좋지만, 그것은 그런 인연이 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 계파로서의 의미는 (내 감각으로는) 전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고민정, 윤건영 의원은 서울 지역구 의원으로 정원오 캠프에 참여했지만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포스트에 있지 않았다. 선대위에 이름 올라가 있다고 다 책임을 질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의원이 선거를 망쳤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채현일 의원은 정원오 캠프의 핵심 포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책임을 진다면 져야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채현일 의원이 왜 친문이지?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아서라 말어라... 채현일 의원은 친문이라고 부를 이유가 거의 전혀 없는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는 일종의 '용광로 청와대'나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실무자들도 많았지만 그 외에 박원순 시장, 김부겸 총리 등등 여러 주요 정치인과 인연이 있는 실무급 인원들이 대거 함께 했다.
채현일은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지금은 김민석 총리 바로 옆 지역구(영등포갑) 의원으로 김 총리 짝지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총리 공관에서 지역구 행사를 열어 말썽이 생기기도 했었다. 이런 의원을 고민정, 윤건영 의원과 엮어 "정원오 캠프가 친문에 둘러싸여 선거를 망쳤다"는 소리를 한 거다.
유시민 작가가 '촉법 평론가' 얘기를 했지만 자칭 민주계열 평론가들 중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아는 것은 X도 없이 족보 뒤져 계파 낙인 찍는 데만 능한 평론가들이 너무 많다.
그런 식으로 족보를 따지면 민주당 의원 중 친문으로 분류할 의원들이 최소 절반은 넘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민석 총리는 2017년 대선 문재인 선대위 상황본부장으로 정말 분골쇄신 미친 듯이 일하면서 승리에 기여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닦았다. 그러면 김민석 총리도 명백한 친문이다.
게다가 김민석 의원은 그 대선 직후 너무 선거에 몰입한 나머지 아직 제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얼떨떨한 표정으로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선거 때 활약상과 무용담을 펼쳐 말 그대로 '김민석의 재발견'이라고 할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 김민석 총리는 그 평론가들 분류대로 하자면 '친털'... (멸칭은 안 쓰기로 했으니) '친 김어준' 의원이다.
그런 일 하는 사람들은 제발 쓸 데 없이 족보 따지는 버릇 좀 버리길 바란다. 장성철의 왜곡도 그 버릇에서 나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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