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en__n0 긴 세월 노명 엮어 만든 유대는 앞서 죽어 나간 자들의 피를 먹으로 삼아 빼앗긴 밤을 백지에 그리죠. ⋯이제 그만 그 만미를 장식하려고요. 우리 이후로는 사전 전부 당신들에게 바칠 이도, 분루 흘리며 자신을 변해에 빠트려 익사시킬 이도 없을 거예요. 두체는 내사를 전제로 둔 채 행해지잖아요?
첫밗에 행했던 호흡, 이곳저곳 얼어붙더니 결국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것이다. 후에 베인 견부와 흉곽 역시 점점 미극 비집고 들어와 제 세력을 키운다. 기축 짓눌러 담은 일격이 끝날 때쯤이면 힘은 전부 소모된다. 곧, 나는 도추하겠지. 전신이 으스러져 검파조차 잡지 못하고 떨구겠지⋯⋯.
마냥 죽고자 한 게 아니다.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독히도 돌아가고 싶었다. 살 수만 있다면 몸이 성치 않아도 목숨 붙은 채 남은 이들의 품에 안겨 괜찮다며 웃고 싶었다. 승리의 기쁨을 공유하고 싶었다. 가능했다면. 그래, 이 원망스러운 몸으로도 빌어먹을 목을 베는 게 가능했다면.
내가 내린 결정은 먹힐 바에 반신불수가 되는 게 나을 정도로 수치스럽고 절망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죽고 싶지 않았어. 아니, 살고 싶었어! 남들처럼 목을 베고 함께 돌아가고 싶었어! 언감생심임을 알아도, 그 사실의 날카로운 화살이 온몸에 박혀도, 몇 번이나 빌고 또 빌 만큼 간절히 바랐는데!
검 앞뒤로 새겨진 네 글자를 고운 보석처럼 두고 싶지 않았다. 궐종이 희생에 그쳐 타인의 규고가 저승까지 울려도⋯, 이렇다고 할 선택지가 없었다. 검사로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이에게 고민은 사치 아니던가. 허나 죽을 만큼 죽이고 싶은 놈이 당당히 눈 뜨고 있으면 무엇이든 하게 되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