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시대가 얼마나 한심한지 아니? 세계화라는 명분 하에 지구 전체가 우경화 되고 있어. 극우 세상이 돼 간다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니? 최유미, 오일권 같은 권력 지향적 1%가 나머지 99퍼센트의 삶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거잖아! 그런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고 있는 거야 우리가”
<‘묻지마’라는 이름의 면죄부 — 광주 여고생 피살과 혐오범죄법의 공백>
오늘 새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인도에서 고등학교 2학년 A양이 일면식 없는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비명을 듣고 달려간 동갑내기 B군도 다쳤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가해자와 모르는 관계라는 사실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언론은 이런 사건을 통상 ‘묻지마 범죄’로 분류한다. 그러나 한밤중 거리에서 흉기를 든 채 처음 본 여성을 골라 찌르는 일이 매번 ‘동기 없음’으로 정리되는 동안 동일한 패턴은 반복돼 왔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이래 거리와 지하철역, 가게 안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한 사건이 이어져도, 심지어는 가해자의 진술에서 ‘여자라서’라는 동기가 드러나도, 한국 형법은 그 사실을 양형에 정식 반영할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영국은 1998년 Crime and Disorder Act가 인종·종교에 대한 적대를 가중범죄로 규정한 이래, 2020년 Sentencing Act 제66조를 통해 장애·성적 지향·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적대까지 양형 가중요소로 의무화해 왔다. 성별은 그 목록에서 오랫동안 빠져 있었지만,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Crime and Policing Bill에는 1998년 법의 가중범죄 체계를 성별·장애·성적 지향·트랜스젠더 정체성 네 특성으로 일괄 확장하는 정부 수정안이 올라가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수사 단계에서 성별·인종·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적대가 동기였는지를 의무적으로 조사하고, 입증되면 양형 가중사유로 반영한다. 새로운 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살인은 그대로 살인이다. 다만 ‘왜 죽였는가’를 사법체계가 정면으로 묻고, 그 답에 처벌의 무게를 더한다.
한국에서 이 논의는 차별금지법 좌초 속에 멈춰 있다. 그러나 둘은 다른 문제다. 차별금지법이 일반법이라면, 혐오범죄 가중처벌은 형법·형사소송법 부분 개정으로 가능하다. 형법 제51조 양형 조건에 ‘피해자의 성별·인종·국적·종교·장애·성적 지향에 대한 적대를 동기로 한 경우’를 가중요소로 명시하고, 수사기관에 그 동기 여부를 의무적으로 조사·소명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하면 된다.
광산구 월계동의 새벽길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죽었다. 대한민국 사법질서가 ‘묻지마’라는 단어로 동기 없는 우연인 양 분류해왔지만, 동기는 분명히 존재해 왔다. 이제는 그 동기에 제대로 이름을 붙이고, 처벌의 무게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