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가봐 제미나이 돌렷아요
안녕하세요, 방금 막 촬영/작업을 마친 감독 Dean입니다. 요 며칠 잡지사와 플랫폼 피드를 통해 이번 촬영에 대해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보면서, 정말 "뜻밖에 훌륭한 결실을 맺었다(无心插柳柳成荫)"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촬영을 제안받기 전, 저는 마침 볼 만한 작품이 없어 허전하던 차에 우연히 몇 회를 보게 되었고, 편집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망설임 없이 승낙했습니다.
촬영 당일 서울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촬영장에 도착하니 마당에 털백합(虎皮百合)이 만개해 있었고, 꽃마다 투명한 빗방울이 맺혀 있어 그 순간 뇌리에 두 사람이 그 사이를 산책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이 룩(Look)은 실내 촬영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저에게는 이런 날씨와 풍경을 놓치는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즉석에서 일정을 조정해 두 사람을 계단과 정원 사이로 옮겼고, 제 마음속에 있던 '훗날 그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할 인연(羁绊)'을 담아냈습니다. 욕조와 침대라는 두 공간 역시 제가 지난 몇 년간 접했던 영상 작품 속 클래식한 감정 표현을 이 공간에 투영하여 찾아낸 결과물입니다.
김윤식 님과 박시우 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호흡이 어찌나 뛰어난지 촬영을 마치고 동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배우들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절로 말을 건넬 정도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흐르는 케미스트리가 저에게 수많은 즉흥 연출의 영감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컷들이 원래 계획에 있던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감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퀴어 (Cool/Queer) 영화를 많이 봐왔고, 절제되어 있지만 벅차오르는 감정 표현을 늘 좋아했습니다. 마침내 이번에 제 손으로 직접 원 없이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차 몽타주 기법을 활용해 1분 남짓한 단편으로 편집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에 큰 힘을 얻었고, 제가 먼저 편집자에게 연락해 "좀 더 길게 편집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3분에 가까운 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감정의 변화를 매우 예민하게 포착하는 편입니다. 두 사람에게서 느껴진 것은 끊임없이 흐르는 에너지였습니다. 장면마다 감정의 온도가 달랐고, 서울의 그 습한 비 내리는 날은 마치 거대한 자장(磁场)처럼 모든 감정을 천천히 흡수해 하나로 모아주었습니다. 그 감정들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다가갈 듯 멀어지며 서로 다른 톤을 지니면서도 늘 같은 주파수에서 공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적 언어에 더 가까운 방식을 채택하여 구성했고, 믹스테이프(Mixtape) 방식으로 이야기를 조직했으며, 빈티지 필름의 질감으로 두 사람의 가장 자연스럽고 사적인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모든 컷을 정성스레 해석해 주시고, 예쁜 캡처 화면과 감동적인 댓글을 남겨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에서 김윤식, 박시우 님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상 타이틀에 담긴 글귀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비는 우리를 기억했습니다. 백합의 속삭임 속에서, 우리는 서로만의 공간을 찾았습니다. 여름의 빗줄기를 쫓으며, 침묵과 잔상 사이에서, 비가 그치기 전까지."
그 습했던 서울의 비 내리는 날을 저 역시 영원히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