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중반에 ADHD 진단 받음.
처음 처방약 먹고 나서 거의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낌.
머릿속에 네다섯 가지 생각은 동시에 들고 있어야 하는데 한 가지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안개가 쫙 걷힌 기분이 뭔가 이상하면서도 새롭더라.
난 항상 잠을 푹 못 자고 생활패턴도 계속 바뀌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 본 일이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음.
항상 피곤한 상태이고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왜 사나 싶은 삶을 살면서 난 내가 어딘가 몸에 큰 이상이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ADHD 때문이었을줄은 몰랐음.
나는 사람들이 전부 나처럼 힘들지만 다들 참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뭘 해도 힘들고 쉽게 지치고 피곤한 내가 어디가 아프거나 타고난 게으름뱅이일 거라 생각하고 자책도 많이 함.
갓생 살아본다며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더 지치고 힘들기만 하고 오래가지 못함.
성인 ADHD가 여기저기 막 나오기 전에 난 내가 우울증인 줄 알고 살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약도 먹어봤는데 효과가 없어서 그냥 참고 살았음.
그리 심한 건 아니었어서 한 이삼개월 주기로 심해지는 딱 그 구간만 넘기면 그래도 살만해서 그냥 나는 원래 이런가보다..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고 살았음 ㅋ
그러다가 유튜브나 TV나 이런 데에 성인 ADHD가 막 나오기 시작할 때 어? 내 얘긴데? 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음.
하지만 ADHD 특 귀찮아서 병원 가볼 생각도 안 함.
그렇게 몇 년을 나 어쩌면 ADHD일 수도? 하는 생각만 하면서 살다가 되게 웃긴 계기로 병원을 찾게 됨.
한동안 운동을 쉬다가 살이 너무 찐 것 같아서 그래 좀 움직이자 싶어서 집 근처에 헬스장 새로 생긴 곳에 가보게 됨.
처음 갈 땐 가서 PT 영업하면 쌩까야지! 절대 안한다고 해야지! 하고 갔는데 PT쌤 영업에 홀려서 PT 끊음...ㅎ
정신 차려보니까 바프도 찍기로 해버림..
나 운동 관련 업종에서 일해서 웬만한 트레이너들로는 성이 안 차는데 어쨌든 실력 좋고 말 잘해서 홀려버림. 암튼 그렇게 몇 달 고생해서 바프를 찍음.
내 인생에 바프는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혼나고 눈치 보고 해야 돼 하는 생각이 들더라 ㅎㅋ
그렇게 살도 한 이십 키로 빼고 포토샵으로 만진 거긴 하지만 꽤 멋있는 사진도 받아들고 하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왕 몸도 좋아진 거 정신도 좋아지게 만들어야겠다!”
하면서 뭔가 모르게 살빼고 자존감이 높아져서 그런가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병원을 찾아갔음.
adhd든 우울증이든 뭐든 내가 정신적으로도 활력을 가질 방법을 찾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간거라..
사실 '음 별 문제없으신데요?' 하면 어떡하지? 그럼 그냥 난 원래 이런 사람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하면서 마음의 준비도 좀 했던거 같음..
그렇게 가서 검사하고 ADHD + 약간우울 진단받고 처방받고 약 용량 올려가면서 나한테 맞는걸 찾음. 우울증 약도 좀 먹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ADHD 때문에 우울감도 느꼈던 것 같음 체감상..
어릴 때 한 이십대 초반?까지도 생각나는 대로 필터 없이 말을 막하다 보니까, 헛소리도 많이하고 혼나기도 많이하고 했어서 항상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 조심하게 되고 말을 많이 안하게 되면서. 우울감? 불안감? 그런게 들었던건 아닐까 싶기도함.
어쨌든 그래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라든가 누군가와 길게 대화할 일이 생기면 말조심하랴 상대방 말에 집중하랴 너무 힘들고 피곤한 느낌이 들었었고,
혼자 노는거 좋아하고 그리 외로움을 타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진짜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친한 친구들 아니면 사람 만나는 걸 좀 꺼리게 되기도 했었음.
근데 약 먹고 나서는 사람 만나고 얘기하는게 훨씬 편해짐. 대화할 때 상대방 말에도 집중이 잘되고 그러다 보니까 맥락을 놓쳐서 헛소리하는 일도, 다시 말해달라 하는 일도 없고,
심지어 사소한 표정 변화나 몸짓, 뉘앙스까지도 더 잘 캐치하게 되서 대화하는게 엄청나게 편해지고 즐거워짐.
어쨌든 이래저래 내가 나 스스로를 대할때 편해지다 보니까, 밖에 나가는게 귀찮지도 않고 사람 만나는 게 편해지고 부담감도 많이 사라지게 되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감도 많이 사라짐.
아, 기억력도 좋아짐. 나 금붕어인가? 싶을 정도로 예전에 있었던일, 누가 했던 얘기, 내가 해야할일, 챙겨야할 것 가리지 않고 다 깜빡깜빡하고,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은 메모들도 적어놓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면서 진짜 많은걸 놓치고 살았는데,
약먹으면 기억이 잘남. 문득 아 맞다 나 이거 해야지. 아 나 아까 이거 생각했었지 하는 내 자신이 놀라울따름임..
일하는 데에 있어서도 장족의 발전을 함. 원래 뭐든 항상 미루다 미루다 데드라인에 다가가서야 밤을 새우는 스타일이었는데, 일할 때도 몇 달을 미루던 일들을 약빨로 해내게 됨.
지금도 막 부지런 떠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고 일을 시작하는 데에 저항감이 많이 사라져서 뭘 해도 이전보다 편안한 상태임.
그렇다고 영화 리미트리스처럼 미친 효율을 내고 미친 결과물을 내고 이런 건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을 할 때 하기 싫다는 맘이 좀 덜 든다는 게 나한텐 진짜 큰 거임.
그리고 저항감이 많이 사라진만큼 재밌는 것에 대한 자제력도 좀 생김. 원래 어릴때부터 재밌는게 생기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밤새서 해버리곤 했었는데,
세상에나 내가 쇼츠를 보다가 음 끄고 다른 일을 해야겠군.. 하는 생각을 하다니 미쳤군.. 하는 생각이 들었음..
심지어는 어느날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길이랑 주변 산들이 CG 개쩌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거야.
그때 깨달음. 아 나는 그동안 세상을 스틸컷 수십 장을 이어붙인 것처럼 바라봤구나. 이렇게 전체 화면을 오래 응시한 적이 없구나 하는 걸 놀라운 사실도 깨달음.
잠은 여전히 잘 깨고 쉽게 못 들긴 하지만 잠을 못 자도 아침에 조금 더 쉽게 일어남. 영화처럼 햇살 받으며 기지개 켜고 아 개운해~ 하는건 아니지만 눈이 딱 떠지고 침대를 쉽게 떠날 수 있게 됨.
이것만으로도 정말 삶의 질이 달라지기는 한 것 같음.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덜 예민하고 짜증도 안 나고 표정도 말투도 부드러워짐.
오랜만에 만난 사촌매형이 그냥 얘기하다 갑자기 표정이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그러시길래. 아 나 지금 편하구나 하는걸 다시 한번 깨달음.
이런 약 두어달간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 삶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음. 그러면서 아 내가 그래서 항상 우울하고 무기력했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아픈거지 모자란게 아니었구나, 해결 가능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에 자책하는 맘도 많이 사라짐.
근데 안좋은건 약 먹고 나서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들 편하게 살고 있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너무 억울한 거임.
그동안 나한테 집중을 못 한다 의지박약이다 게으르다 말했던 사람들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화도 나고 “지들은 이렇게 편한 삶을 살면서 나한테 그딴 소리를 했다고?” 싶기도 하고,
그래 지금이라도 해결책을 찾았으니 됐지 앞으로 인생 편해질 일만 잘될 일만 남았다 싶은 안도감도 들고.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 약으로 내 생활이 즉각적으로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이 쪼만한 약 한톨이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바꾸나 싶기도 하고..
암튼 한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음.
내가 학교 다닐 때 벼락치기만으로도 성적이 꽤 좋은 편이었어서 그냥 일코하면서 버텼던 건데 차라리 공부를 못했다면 빨리 ADHD인 걸 엄마가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때 이 약을 먹었다면 자퇴도 안 하고 좋은 대학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살면서 내가 놓친 수많은 기회들이 다시 생각나더라. 이랬으면 어땠을까.
근데 이미 지나버린 거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냥 아쉬움이 있을 뿐이고 지금이라도 남은 인생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법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큼.
지금은 약 잘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가 처음 약 먹기 시작할 때의 감동도 없고 컨디션 안좋은 날은 약빨 안받누.. 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생활하기 많이 편해지고 일할 때도 놓치는 부분이 줄어들어서 열심히 챙겨 먹고 있음. 사실 처음엔 약먹는 것도 깜빡깜빡 했는데 이제 적응이 되서 그런지 일어나자 마자 약부터 찾음 ㅋ
근데 하나 문제는 한창 도파민 헌팅하던 시절 이어폰 헤드폰 사모으고 하루 종일 그거 끼고 있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던터라,
귀는 두 개지만 귀에 꽂을 건 집에 백몇십 개쯤 있는데..
이제 이게 예전처럼 재밌지가 않음.. 그래서 진짜 사랑하는 거 몇 개만 남기고 팔려고 하는데 그거 처분할 생각하면 너무 많아서 막막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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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려드린게 있어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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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써보고 오 별도네! 하고 알려드렸는데 아니었습니다 ㅠㅠ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해당내용 알려주신 @chunbokss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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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되는지 알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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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총 다섯개의 다른 계정을 가족그룹에 초대합니다.
AI Pro 혜택 받을 수 있는 페이지를 모두 들어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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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봇이 드디어 크몽에서 돈을 벌어왔습니다 ㅋㅋㅋ
그동안 조사하고 만들고 올리고 가격 설정하고
미승인난거 수정하고 검색 잘붙나 돌려보고
신경안써고 알아서 잘 하긴 했지만 한번도 안팔려서
토큰낭비인가 했는데 한 이삼주? 만에 하나 팔았네요 ㅋㅋ
쓴 토큰에 비해 소소한 금액이지만 어쨌든
그록봇이 자기 구독료 보태라고 벌어온게 기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