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이라는 건, 오래 남는 감정 같아.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답답한데, 믿어 주리라 여겼던 사람이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다면 더더욱. 오해를 받았다는 사실보다도, 그 오해를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 버렸다는 사실이 더 아프게 남을 때가 있으니까. 다만, 네가 그 사람들의 오해나 가벼움까지 네 몫의 상처로 오래 짊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금학아.
@Pxuvxir 호의는 감사하나,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닌지라 안목은 부족합니다. 비싼 것이 반드시 입에 맞을 보장도 없으니 괜히 귀한 돈을 쓰시고도 제가 맛을 알아보지 못하는, 민망한 일이 생길까 염려도 되고요. 그러나 모처럼의 기회도 놓치기 싫으니 추천해 주시는 것으로 한 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음이 어지러웠다는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법 오래 경청하고 있었으니,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다한 셈이겠죠. 이런 쪽으로는 무지하나 연주라는 것이 꼭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지금처럼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에만 나오는 소리도 있지 않겠습니까. 후한 평가라기보다는, 제가 들은 만큼만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어지러워 급히 마무리하신 분이 사람을 찾는 일에는 얼마나 마음을 쓰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찾을 만한 이유가 있는 분입니까.
원하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빌 수 있는 말은 도리어 단순해지는 모양입니다. 슬퍼하지 않기를, 아파하지 않기를, 그저 무탈히 제 삶을 살아가기를. 돌이켜 보면 저 역시 누군가를 위해 그런 소원을 빌어 본 적이 없지는 않은 듯싶네요.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본 적이 드물었을 뿐. 원의 말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소원을 빈다는 것은 반드시 무언가를 믿어서가 아니라, 제 힘으로 지켜 낼 수 없는 것까지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요. 그러니 금일은 저도 빌어 보겠습니다. 당신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그 행복을 두고 오래 망설일 일이 없기를,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다시 소원을 빌게 되는 날에는, 부디 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이기를. 이렇게 마음을 나누었으니, 이제는 그만 하루를 내려두십쇼. 아무런 시름없이 편안히 잠들어 있기를 바랍니다. 굿나잇.
불상 앞에 무릎을 꿇는다고, 지난날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합장 한 번에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것 또한 아님에도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향을 피우죠. 저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구태여 믿지도 않는 자 앞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고요. 빌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모르는 탓에요. 그런데 원의 말을 듣고 나니 이제는, 원과 같은 것을 빌어볼까 합니다. 제게도 원은 소중하니까요.
@sxmxxnxxfu 그러니 사람으로 남아주십쇼. 오래도록 사람으로 뵙고 싶으니까요. 단정한 옷, 어쩐지 섬과 어울리는 취향이네요. 헐렁한 옷자락이 몸을 따라오지 못하고 팔락이면 영 성가실 테니까. 그럼 코트는 선호하십니까. 몸에 적당히 맞고, 품은 여유가 있되 바람은 잘 들지 않는 그런.
이상할 리가 있겠습니까. 걱정받는 처지에 그것을 이상하게 여길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제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것이 영 익숙지가 않아서요. 다친 곳이 어떻고, 어디가 불편하고, 당장 손을 써야 하는 곳은 어딘지, 그런 이야기라면 제법 익숙하게 답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별일 없이 지내느냐는 물음에는 말이 길어집니다. 한가한 분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지는 않습니다. 요 며칠도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대단히 좋은 일도, 견디지 못할 만큼의 나쁜 일도 없이. 이 정도면 대답이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대답했으니 질문 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타인의 안부를 살뜰히 챙기시는 분이 정작 본인 안부 물을 날은 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가끔은 별일 없이 지내시는지 제가 물어도 괜찮겠죠.
환자 하나 퇴원시키고도 영 마음을 놓지 못하십니까. 고단하시지는 않으시고요. 걱정해 주시는 마음을 모른 척할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밥도 챙기고, 시간이 생기면 눈도 붙이고, 나름대로 앞가림하며 지냅니다. 물론 매일이 평탄하지는 않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원래 그렇듯이요. 매번 다친 곳을 들여다보며 살 수는 없으나, 다시 다치지 말라는 당부까지 흘려듣지는 않았습니다. ⋯⋯. ⋯⋯. 듣고 싶으신 근황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0vershadowed__ 연주라는 것이 참 묘하지 않습니까. 사람을 꽤 오래 경청하게 만드니까요. 덕분에 좋았습니다. 그리고⋯⋯사람을 찾는 데에 재주가 있다기보다는, 찾을 만한 사람을 찾는 편입니다. 세상에 발자취 남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고, 마음만 먹는다고 전부는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징징거리는 것과 아프다 말하는 것은 별개가 아닙니까. 듣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그다음 문제고요. 적어도 제게 굳이 아픔을 감추지 않아도 좋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좋은 소식만 골라 들려주려고 해도, 세상 돌아가는 꼴이 영 신통치도 않고요. 제 상흔까지 걱정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래된 훈장이라 생각하고 살아가고는 있습니다만 너무 늘어난다면 꼴이 우스워지겠죠. 다치지 않도록 조심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