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없는 발걸음이 애써 외면했던 장소에 다다랐다. 누군가의 호흡이 남겨진 곳. 녀석의 이름 석 자가 덧달린 것들 없이 온전할 곳. ···그 해이한 머리통으론 사고가 후달리는 건가? 구절과 구절을 이음새로 엮으면 하나의 공간이 되는 것과 같은 추상적인 원리라,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무관하다만.
······이쯤되면 냉기를 개방해도 되겠지. 급한 불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할 테니 적정 온도라던가, 개인의 특수한 체온을 고려해달라던가 하는 시답잖은 명령은 받지 않겠다. 이 몰상식한 더위가 내 연구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평소에 한가해 빠진 너희들이 제때 좀 신경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