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검에 틀어 박혀 있는 게 능사는 아니더라고. 특히 나같은 놈한테는. 후배가 치고 올라가는 걸 보고만 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누구는 좆뺑이를 쳐도 못 닿는 거. 야. 어떻게 순수하게 축하를 해줘? 난 나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누구보다 훨씬. 밤낮없이 일한 게 난데 왜 몰라줘. 억울하게, 씨······.
특히 명절 인사 명목의 선물이나 금전 제공은 수사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각별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청렴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길.
@ExecLee 값은 한 번 치르지 않았습니까? 후불로 받은 거라 생각하겠습니다.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그때를. 별안간 그것보다 수치스러운 일은 내 생에 앞으로도 존재하지 못할 거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뭐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줬고, 댁은 이제야 값을 지불한 거고. 달라지는 건 없다.)
@ExecLee 궁금해서 묻는 건데, 그게 죄가 되나요? 공부 같은 건 호기심 없으면 못하는데. (어디 초조한 사람처럼 무릎 위에 둔 손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이를테면 검지만 빼 무릎을 톡톡 두드린다든지. 눈앞에 내밀어진 카드를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 보다 손을 뻗어 앞뒤로 살핀다.)
@ExecLee 한도 얼맙니까?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했던 게 엊그저께인데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말에 스스로 입마개를 씌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두 손으로 입을 막는 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까. 이미 떠나간 말을 어떻게 잡으리. 관심 없는 척 눈을 흘기며 비스듬하게 앉는다.)
@STRANGER_KWC 꽃이 시들지 않으면, 그게 꽃인가요. 혹, 시들 기미라도 보이면 싱싱한 걸로 다시 꽂아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조화보다 생화죠? 제가 뭐, 재주가 있다기보다는 안목이 있는 거죠. 신년 계획으로 꽃꽂이를 한 번 배워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축하드릴 일이 많을 건데, 요긴하게 쓰이지 않겠습니까?
@ExecLee 제가 먼저 물었던 것 같은데요, 대표님. (음료 위에 한가득 얹혀 있던 휘핑크림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입가에 묻은 것 같은 찝찝함에 냅킨으로 제 입술을 가볍게 훔쳤다. 달마다 들어오던 것, 비정기적으로 받던 게 사라지니 수익이 절반, 그 이상이었다. 씀씀이를 감당하기엔 턱도 없다.)
@llxixly 연락은 이쪽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검으로 방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당연 바쁘실 테고, 보는 눈도 많을 거고요. 곤란한 상황은 피차 만들지 않는 게 베스트죠. 뭐··· 묘한 사건을 맡게 돼서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데, 냄새가 난다고 할까요? 제가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거든요.
@ExecLee 하나는 다 컸죠. 간만에 봤는데 이만해져서는, 응··· 금방 내 키를 넘겠더라고요. (실상 같은 땅에 살아도 얼굴을 보는 건 달에 한 번도 되지 않는다. 따로 사는 것부터, 뭐···. 찰나에 씁쓸한 얼굴빛이 감돌았다 금세 사라진다. 말없이 빨대 끝만 물고 있다 허리를 세운다.) 지원 좀 해주시려고요?
@ExecLee 애를 제가 낳나요. (부러 목소리를 키운 건지 건너편까지 안 들릴 수 없는 소리였다. 혼잣말을 할 거면 제대로 하시지. 비아냥거리려는 투라는 건 뻔히 알고 있었으나 대꾸보다 같은 태도로 되돌려주는 걸 택했다. 허리를 숙여 빨대 끝을 물고 그를 빤히 쳐다보며 한 모금 쪽 빨아낸다.)
@ExecLee 누구요. 아, 그때 말씀해주셨던 비서님이요? 그쪽은 좀 심하고. 어려서 그런가 단 게 잘 받나 봐요. (작은 스푼으로 휘핑크림을 떠서 한 입 먹는다. 은은하게 달며 부드럽기까지 하다. 음미하듯 입안에서 굴려 먹다 한 스푼 더 집는다.) 저 같이 생긴 얼굴이 뭔데요? 얼굴로 먹고살게 생긴 스타일?
@ExecLee (예, 예. 그러세요. 따분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금방 시선을 돌린다. 다리를 꼬고 의자에 편히 기대어 앉아 팔짱을 낀다. 검지만 펴 톡톡 두드리다가, 울리는 진동에 몸을 일으킨다. 얻어먹는 입장에 뭐 할 말이라도 있나. 어느새 트레이를 들고 돌아와 음료를 그의 앞과 제 앞에 하나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