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을 벗고 위 아래로 애정하는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와이드 슬랙스를 챙겨입고 장화를 벗고 마스야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한동안 찰 일이 없던 파텍필립 시계를 손목에 걸고 한나절의 서울 나들이를 끝내고 다시 과수원으로 돌아와 작업복차림의 농부가 되었다.. 썩 괜찮은 삶이다..
오래도록 기다려 받은 잔느레의 이지암 체어를 시작으로 잔느레의 가구들을 수집해볼까 생각했고, 포도밭 집 앞마당 테라스에 둘 생각으로 주문했던 어머니와 이모가 가격 알게되면 등짝을 내려칠테지 모르지만 마음에 쏙 들어 내내 앉아있을 듯한 3인용 벤치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도착한다고 했다..
월말이 다가오면 가계부를 정리한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보니 평균 한 달 카드값이 백만원이 안되는데 그중 절반 조금 안되는 돈은 꽃을 사는데 쓰면 다른 곳에 쓸 일이 거의 없다보니 세무일을 봐주는 형수는 돈을 좀 더 쓰라고 늘 말했다.. 하여 한참 고민하다 구입한 것들..
자연은 누구에게도 사유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내 소유의 숲이 있다는 것은 몹시도 멋진 일이다.. 어린 내가 할아버지의 포도밭에서 뛰어 놀았듯이.. 내 가족의 아이들이, 몇 안되는 친구들의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뛰어 놀며 과일을 만지고, 꽃을 만지고, 자연을 만지게 해주고 싶었다..
독일에서 사진 예술에 대해 공부할 때 바우하우스에서 공부하던 지금 내 매형이 선물해줘 사전 뒤적거리며 정말 열심히 읽었던 칸딘스키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져 찾는데 없다.. 분명 서재 어디가에 있을텐데 없어 다시 구매했다.. 사실 책이 너무 많아서 이런 경우가 허다하여 같은 책이 많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내게도 팟캐스트같은걸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예전에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나갔을 때도 생각했던 일인데 나쁘지 않다.. 단테의 ‘신곡’이나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어주는거다.. 제목은 비주류 영화 제목같은 “재워드립니다..” 웃기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행복지수는 돈의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는것에 점점 확신이 든다.. 정돈 잘 된 책장과 언제든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는 에스프래소머신과 오래된 스피커 그리고 좋은 풍경을 담은 창을 가진 집과 풍경을 심심치 않게 해줄 화분들과 꽃들과 라이카 카메라면 충분히 행복한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