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월 추운 밤, 대로변에서 종이박스에 달랑 신문지 한 장과 버려진 남매. 마냥삼월고모네에서 1차구조 후 저희집으로 와서 양말x봉봉 양봉스가 되었습니다. 이동장하나 없어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 병원갔더니 영양실조로 300그램, 320그램 족구미들이었고 현재는 세계최고 땡깡쟁이사랑둥이되었지욥
딸과 함께 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어느덧 훌쩍 커버려 영화 속 '윌라'와 동갑이 된 딸과 함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보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는 딸에게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물었다. 딸은 망설임 없이 디카프리오의 처절한 추격전과 마지막 카 체이스 씬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이야기했다. 명쾌했다. 딸은 이 영화가 주는 강렬한 시각적 스토리에 온전히 몰입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 시선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스크린 뒤에 숨겨놓은 이야기의 행간에 머물러 있었다. 신념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공허함을 담아내던 디카프리오의 눈빛, 다음 세대에게 운전대를 넘겨주던 마지막 장면의 상징성. 나는 감독이 인물과 시대를 엮어내는 그 정교한 스토리텔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진짜 주제, '세대'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딸은 현재의 투쟁을, 나는 그 투쟁의 기원을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수석에 앉은 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영화 속 '밥 퍼거슨'은 결국 자신의 시대를 끝내고 딸의 시대를 열어주었다. 나 또한 그랬다. 치열했지만 결국 무언가 이뤄내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안고 살아온 나의 시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루지 못한 혁명을, 우리 딸아, 너는 너의 방식으로 꼭 이루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