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이 월드컵 개막인데도 내가 존나 관심 없는 솔직한 이유
생각해 보면 예전엔 월드컵 시즌만 되면 온 동네가 뒤집어지고, 친구들이랑 치킨 집 예약하느라 대기 타고, 붉은 악마 티셔츠 꺼내 입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있음. 근데 당장 내일이 월드컵 개막이라는데, 신기할 정도로 주변도 조용하고 나조차도 아무런 감흥이 없음.
왜 이렇게까지 월드컵에 관심이 안 생길까 냉정하게 생각을 해봤는데, 이유는 꽤 명확함.
첫째, 내 삶의 '도파민창구'가 너무 다각화됐음.
예전에는 온 국민이 다 같이 시청할 수 있는 거대한 축제나 대형 예능이 유일한 오락거리자 도파민 창구였음. 근데 지금은 인스타, 엑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내 취향에 딱 맞춘 초고농도 도파민이 매초 쏟아짐. 굳이 90분 동안 골 하나 터질까 말까 한 축구 경기 보면서 시간 쓸 필요성을 내 뇌가 못 느끼는 거임.
둘째, 타인의 서사보다 '내 판'을 짜는 게 훨씬 급하기 때문임.
국가대표 선수들이 땀 흘려 뛰고 승리하는 서사는 물론 멋지고 감동적임. 근데 냉정하게 그들이 이겨서 몸값을 수백억 찍고 금의환향하는 게 내 통장 잔고나 내 비즈니스 파이프라인에 단 1원도 보탬이 안 됨.
셋째, 애초에 경기 결과나 과정에 기대가 전혀 안 됨.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팀 운영이나 경기력을 보면서 쌓인 실망감이 큼. 전술도 안 보이고 뻔한 패턴만 반복되다 보니, "이번에도 가봤자 뻔하겠지"라는 무기력한 생각이 먼저 듦. 이기든 지든 뻔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판에, 내 비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해가며 응원할 메리트나 기대감 자체가 완전히 증발해 버린 거임.
남들이 내일 축구 누가 이기네 마네 분석할 때, 나는 내 채널 트래픽 어떻게 유치하고 부업 어떻게 돌릴지 분석하는 게 더 짜릿하고 기대값이 높음.
월드컵 특수 노리는 치킨집 사장님이 아니라면, 굳이 남의 축제에 내 아까운 집중력 빼앗기지 말고 내 판 지키는 데 전력 질주하는 게 맞다고 봄.
물론 가끔은 예전 낭만이 그립긴 함.
디스클로저 데이의 스필버그 감독 연출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보이는데 내가 볼 때는 2000년 초반 까지만 해도 없었던 카테고리의 관객들이 생겨난 게 문제라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요즘 1달은 옛날 1년이잖아. 그러니까 스필버그는 잘못이 없다. 우리들이 너무 똑똑한 거(처럼 보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