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목
심재철의 칼을 주워 든 인간들은 봐라
요즘 또 그 얘기가 돈다.
유시민이 1980년에 동료를 팔았다고.
이번엔 저쪽이 아니다.
우리 쪽에서 나온다.
그래서 더 기가 막힌다.
이 얘기의 출처는 하나다.
2019년 심재철이 꺼낸 합수부 진술서.
그것 말고는 없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이었다가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간 사람.
그 사람이 들이민 종이를 지금 이재명을 지킨다는 자들이 받아 돌린다.
그 종이가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보자.
1980년 5월 17일 이후 끌려간 학생들이 쓴 글이다.
변호인도 묵비권도 없었다.
두들겨 패니까 쓴 글이다.
고문실 조서를 40년 뒤에 꺼내
"봐라, 이름을 쓰지 않았냐" 하는 것,
그건 신군부의 조서를 대신 읽어주는 일이다.
77명의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누구였나.
총학생회장, 복학생협의회장, 이미 신문에 얼굴이 실린 사람들이다.
수사관들도 다 아는 이름이었다.
정작 감춰야 할 것은 학내 비밀조직이었다.
진술서 뒤에 수배자 500명 가까운 명단이 나왔다.
그 조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밀고였다면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왔겠나.
그 시절 공개 지도부는 원래 잡혀가는 자리였다.
드러난 사람이 책임을 떠안고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살린다.
그게 운동권의 규칙이었다.
유시민은 그 규칙대로 했다.
재판으로 치자.
1심은 40년의 침묵이었다.
그 시절 함께 끌려가고 함께 맞은 사람들이 40년 가까이 아무 말이 없었다.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2심은 2019년이었다.
심재철이 그 종이를 들고 항소했다.
그때 동료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유시민은 조직을 지켰다고.
오히려 법정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되물었다.
칼은 던진 사람의 발등에 꽂혔다.
항소심도 당연히 원심 유지.
그런데 이제 같은 편이 상고를 했다.
이유는 1980년에 있지 않다.
2026년에 있다.
별명 붙여 조롱하는 것으론 역부족이라, 이번엔 배신자 딱지다.
3심은 법률심이다.
사실을 다시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새 증거가 있나?
없다.
2019년 그 종이 그대로다.
이미 두 번 본 증거로 사실을 뒤집어달라는 상고.
그건 상고 이유가 안 된다.
법률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그렇게 정했다.
신군부가 그 진술을 증거로 쓴 것부터 위법이었다.
40년 뒤 같은 진술을 다시 증거로 들이미는 건 그 위법을 되풀이하는 짓이다.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노선이 갈릴 수도 있다.
그럼 노선으로 싸워라.
고문의 기록을 배신의 기록으로 바꿔치기하는 짓은 하지 마라.
그건 우리가 싸워온 바로 그 사람들의 수법이다.
판결은 이미 나와 있다.
새 증거 없이 같은 종이를 들고 왔다.
원용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결론은 당연히 심리불속행 기각이다.
심재철이 던졌다가 자기 발등을 찍은 칼이다.
그걸 왜 이제 와서 우리편이 다시 주워 드나.
어쩌자고...
이 글을 쓰는 곳은 울란바토르에서200km 북쪽에 위치한 다르항이라는 도시입니다.
어제 UNCCD COP17 사막화방지와 토지 복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특별한 고위급 PFI 라운드테이블이 열렸습니다. Peace Forest Initiative(PFI·평화산림구상)는 2019년 문재인 정부와 UNCCD가 뉴델리에서 열린 UNCCD 제14차 총회에서 함께 출범시킨 구상입니다. 2022년 서울 세계산림총회에서도 논의됐고, 어제는 퇴임 4년 만에 문 전 대통령이 다시 국제무대에서 이 구상에 힘을 실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치적 신뢰가 부족한 곳에서도 물과 땅, 숲을 살리는 일에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폐한 땅을 함께 복원하고 숲을 가꾸는 작은 협력에서 신뢰를 쌓아가자고 거듭 제안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토지와 평화의 연대(the solidarity of land and peace)’라고 표현했습니다. 땅이 메마르면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고,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떠납니다. 자원을 둘러싼 갈등도 커집니다. 실제로 지난 60년간 내전과 국내 분쟁의 적어도 40%가 토지와 천연자원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도 가능할 것입니다. 땅을 함께 살리는 일이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FI는 생태계와 지역 주민의 삶을 회복하는 동시에 함께 일하고 땀 흘리며 ‘신뢰의 자본(trust capital)’을 쌓자는 구상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분쟁선에 평화의 숲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국경과 종교·민족 갈등이 남은 곳을 생명과 평화의 녹색지대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늘 이른 아침 다르항을 떠나 러시아 국경 인근 투진 나르스(Tujiin Nars)로 갑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인 “평화의 숲”과 유한킴벌리가2003년부터 약 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온 곳입니다. 그곳에서 문 전 대통령도 나무 한 그루를 심습니다.
나무 한 그루….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겠지요. 정치가 막혀 있을 때. 나무 한구르 조차 함께 심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거창한 구호와 구상이 난무하는 시대, 문재인 대통령은 나무 한그루를 심습니다.
#뚜벅뚜벅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모든 게 뒤집혔습니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를 폭발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선언’ 앞에서 앞서 논의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요 전망이 사실상 폐기된 겁니다. 먼저 만든 전력 계획은 무용했습니다. 국운을 걸겠다며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기’ 만큼이나 AI 산업에 대한 국가적 기대는 드높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불경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원하는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건 자유지만, 그 사업성이나 타당성을 따지고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몫입니다. 이 검증을 위해 12차 전기본 전문가위원회(총괄위원회)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난 4월에 총괄위원회가 발표했던 계획과 3대 메가 프로젝트 이후 대폭 수정된 새 계획을 비교해 보면 이제 누구에게 검증을 맡겨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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