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의 카뮈, 사르트르, 주네에 대한 생각이 나랑 너무 비슷한 것 같음
1. 카뮈
“우리는 카뮈가 진정으로 위대한 작가이기를 ‘바란다’. 그냥 아주 뛰어난 작가인 것으로는 모자란다. 그런데 카뮈는 위대하지 않다. (…) 카뮈의 소설이 언제나 어떤 지적 개념을 강조한다는 것은 사실이고,
ダンピョンソンのジャケットやMVにも参加されているけど、色彩やパキッとしたカラーリングの仕方が60年代サブカルチャー的な雰囲気にマッチしているように感じる
[MV] Danpyunsun & The Moments Ensemble(단편선 순간들) - You, Me and Namyangju(... https://t.co/udxmw3GCun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비평) 잡지 <쿄로쿄로>를 발행하고 있는 발행인 김쏘리입니다.
오늘은 <쿄로쿄로>의 짧은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최근 저를 사로잡고 있는 고민과 번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갑자기 긴 글을 마주하게 되실 분들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주의: 돈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깊이 읽기'에 관심 많던 에디터였습니다. (자칭) 오타쿠가 된 건 초등학생 시절입니다. 13살, 장래희망에 '안노 히데아키 같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대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진 못했습니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생업으로 글쓰는 일(에디터)을 택한 뒤, 약 5년간 디지털 비즈니스 매거진 업계에서 일했습니다.
비즈니스 판에서 보고 배우고 일할 수 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덕분에 '일'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졌거든요. 많은 대표님들을 만나며 "돈보다 나의 사명, 그리고 나의 애호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의 별명 '쏘리'도 그런 의미로 지었습니다. "내 인생과 내 애호에 미안하지 않게 살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김쏘리 인생 29년차. 그걸 직접 실행시키기로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깊이 읽기'를 해보자고요. 마침 '인스타그램 매거진'이란 포맷의 붐이 일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칼럼을 쓰는 계정 '쏘리 매거진'을 만들었고, 팔로워 1만명을 모았습니다.
1만명은 매거진 계정치고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크게 느껴졌습니다. 왜냐, 비록 저도 시류에 휩쓸려 애니메이션 장면 등으로 짧은 릴스를 만들고는 했지만, '깊이 읽기'라는 정체성은 꼭 지키고자 했습니다. 다른 계정들처럼 신작 소식, PV 소식 등의 '뉴스'를 올리는 대신 제 관점으로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해석한 '칼럼'을 위주로 올렸습니다. 패스트 뉴스 위주인 인스타그램에서 긴 글로 1만명을 모았기에 제게는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해서, '애니메이션 비평'에 분명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시장을 개척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진짜 '비평 잡지'를 만들어보자고요. 그렇게 직접 타이지 편집장님과 코인제이 비주얼디렉터님을 만나서 꼬셨고, 두 분 다 의미 있는 활동에 공감하여 편집부로 합류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작년 여름, 1호 <에반게리온+a>가 출간됐습니다. 창간호이니만큼 <에반게리온>이라는 하나의 큰 IP에 집중했고, 다행히 텀블벅 펀딩으로 약 2,500만원을 모금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너(비평)+마이너(애니메이션) 장르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 '대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밴드 애니메이션 특집호 2호 <After, School Band>가 출간됐습니다. 텀블벅 모금액은 약 1,500만원. 1호보다는 적었지만 어마어마한 적자까지는 아니었습니다. 3호까지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재정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목표에는 못 미치는 액수였기에 3호에선 좀 더 대중적인 주제를 잡아보자고 편집부 친구들과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좀 더 대중적인' 주제를 담은 3호 <소년 TOP10>의 펀딩을 지난 5월 마지막 주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아쉽게도 지난 2호 펀딩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더더군다나 1호와 2호의 재고가 소진되며 서점 매출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호와 2호를 다 팔았음에도 왜 돈이 없느냐? 저도 이것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는데, 첫째로 저의 부족한 사업 운영력 때문도 있겠지만, 더 직관적인 이유는 '만드는 데 돈을 너무 많이 써서'입니다.
저희는 한 호를 제작하는 데 약 2000~2500만원 정도의 제작비를 사용합니다. 그 중 가장 큰 비율은 인건비(편집부 친구들의 인건비, 디자인 외주용역비, 필자 고료 등)와 인쇄비입니다. 기타 등등 비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끼는 비용은 홍보비 정도가 있겠습니다.) 절대 '대충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기에 최선을 다해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역시 저희가 '독립잡지'이기에 비용이 많아 보이는 것이지, 상업잡지의 세계에선 턱없이 부족한 비용일 겁니다.
1호를 만들 때는 제 사비(퇴직금과 적금 깬 거) 1,300만원을 들여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제작비는 펀딩에서 수급된 자금으로 보태고, 남은 비용과 서점이나 북페어 등의 판매 매출로 2호 제작비를 쓰고, 부족한 제작비를 또 펀딩으로 메우고... 식의 운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3호 펀딩 추이에 따르면 그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사비를 더 끌어와 사용한다 하더라도... 1호와 2호의 재출간과 4호 제작이 불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재쇄비는 한 호 당 약 300~400만원 정도가 듭니다)
여기서 저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비평이라는 걸...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걸까?"
<쿄로쿄로>의 타깃은 문화예술독서 소비자와 애니메이션 소비자의 그 교집합입니다. 그런데 그 교집합의 절대적 파이가 너무 작은 걸지? 그렇다면 굳이 <쿄로쿄로> 같은 애니메이션 '비평' 잡지가 필요한 걸지?... 같은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이번 주제인 '소년물'의 경우 전술했듯 대중적인 장르입니다. 대중 소비자들에게 애니메이션 비평 잡지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매체인 건 아닐까요. 독립잡지로서 IP 라이선스를 따는 건 항상 선택지에서 제외해왔고(현실적인 어려움+독립잡지라는 정체성을 좀 더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 저작권 이슈를 이리저리 열심히 피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깊이 있게 읽기'보다 '캐릭터 굿즈'인 건 아닐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한 명의 애니메이션 오타쿠 여성, 굿즈 모으기 좋아하는 30살, 나아가 한 명의 동인녀로서 누가 2만원 주고 '쿄로쿄로 살래? 게토 피규어 살래?' 묻는다면....
저는 쿄로쿄로 살 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당연하죠 제가 보고 싶은 잡지 제가 만든 거니까(급발작 죄송합니다)!
아무튼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소비자와 비평 독자의 교집합은 어쩌면 정말 소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년물'이라는 주제를 택한 건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2호를 무사히 출간한 뒤, 애니메이션 비평 잡지는 (나아가 잡지 그 자체가) 돈이 별로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들면 만들수록 내 손해일 수도 있다, 라는 걱정도 앞섰죠. 그래서 우리가 정말 '애니메 잡지'라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반드시 남기고 가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가 '소년물'이었습니다.
소년물은 우리의 시대입니다.
이 명제를 3호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콘텐츠)은 여태까지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자부합니다.
3호를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만들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걸 더 하고 싶다'.
그래서, 염치없지만, 이 글은 구걸하는 글이 맞습니다. 4호를 만들고 싶습니다. 1호와 2호도 재쇄하고 싶습니다. 저는 왜 금수저 발행인이 아닐까! 저의 신분을 탓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3호를 후원해주신 분들이 현재까지 287명에 그친 이유가 정말 '2만원의 가치에 걸맞는 건 비평 잡지가 아니라 피규어다'라는 소비자들의 판단 때문이라면 저는 무릎 꿇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소년물이 우리의 시대라면, 애니메이션 비평 시장은 새로운 애니메이션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문화의 값어치는 2만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3호의 끝인사 '발행인의 말'에 썼던 글을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지난 2026년 4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렸던 ‘디어마이리더’ 북페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학부모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이게 뭐예요?' 물으셨죠. '저희는 애니메이션 잡지이고, 애니메이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비평을 (어쩌구 저쩌구)' 저의 부족한 설명을 들은 학부모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저, 이런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딸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자세히 알려주는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때면 “우리 아이 사줘야겠다”라며 선뜻 손을 내미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이와 함께 오신 한 아버님은 <쿄로쿄로 창간특별호: 에반게리온+a>를 보며 추억에 잠기셨고, 어머니와 함께 놀러 온 9살배기 어린이는 저와 <원피스> 수다를 20분이나 떨다 떠났습니다.
<쿄로쿄로>가 교육에 좋다는… 그런 약팔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쿄로쿄로>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알아갈 미래의 친구들은 방구석 디깅에 기대야 했던 우리 세대와 달라도 무언가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
비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쿄로쿄로>는 신생 독립잡지(그것도 왜색이 짙고 무지하니 오타쿠스러운)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짱짱한 필진 분들이 참여해주십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입니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맘 놓고 비평하고 분석하고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매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속에 쌓여 있던 '애니메이션 깊이 읽기'에 대한 욕구를 풀 수 있는 지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는 여전히 <쿄로쿄로>의 유효성을 믿습니다. 남들이 안 하던 일은 안 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쿄로쿄로>를 운영해오며 그 이유를 깨닫고 있는... 초보 사장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안 하기에 해야만 하는 일도 있습니다. 저는 정말로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배웠고, 애니메이션으로 친구를 사귀었고, 애니메이션으로 관점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깊이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소년물의 주인공들이 다 나사가 빠져 있는지 알아야 하며, 왜 요즘의 소년물의 배틀은 전부 배틀로열 식인지 알아야 하며, 왜 원나블 이후 귀주톱 시대에선 소년들이 자꾸 죽어버리는지 이해해야 하며, 그 뒷편에 있는 시대상을 읽어야 합니다. (모두 <쿄로쿄로> 3호 내 특집 기사의 내용들입니다)
부디 피규어 하나 살 돈으로 <쿄로쿄로>를 후원해주시기를, 그래서 애니메이션 비평 시장이 보다 건강하고 넓어지는 것을 응원해주시기를, 그래서 우리 세대, 다음 세대, 먼 미래에도, 의식 있는 오타쿠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마음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꼭 후원만이 저희를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 글을 RT 한 번 해주시는 것, 좋아요 한 번 눌러주시는 것, 하다못해 펀딩 링크 한 번 들어가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배운! 동료 여러분들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가 모두 한 마음으로 손을 맞잡고 있음을 믿습니다!
펀딩 링크: https://t.co/YHUJaOuEju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쿄로쿄로> 대장 김쏘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