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너무 의아해 곰곰히 생각해 봤다. 소위 이쪽에 그들 만큼 능력 있는 사람도 없는건 아닐텐데… 걍 내가 내린 결론은 이쪽 사람들은 대의니, 명분이니 따지기도 하고 국민 눈치도 보는데, 저쪽 사람들은 이익에만 집중하니 당장 부려먹기 좋아서 아닐까? 실용주의란 명목으로..
고일석 기자
<정청래 체제 민주당, 국정과제 입법률 27%>
요 며칠 "정청래가 도무지 입법을 안 해서 국정과제 입법률이 27% 밖에 안 된다"는 내용의 짤이 돌고 있습니다. 이 '27%'의 근거는 지난 6월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한 말에 있습니다.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법안 782개 중 569개, 즉 73%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73%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통과시킨 국정과제 입법은 27%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 부분만 싹 잘라서 정청래 욕하는 캡션 잔뜩 붙여놓은 쇼츠도 엄청 돌아다니는데요.
이 쇼츠만 보면 마치 강훈식 비서실장이 국회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느낌도 듭니다. 저도 사실은 이거 쇼츠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요, 그때는 "아니, 이 양반 국회의원을 안해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발언을 보면 그런 뉘앙스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국정과제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국회 처리 현황을 그냥 숫자로 짚은 것에 불과합니다.
국회 입법 지연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이때도 국회를 비난하는 뉘앙스가 아니라 "국회가 원래 그런 곳이니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최대한 신속하게 해보자"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물론 국회의 신속 처리를 촉구하는 뜻은 기본으로 깔려 있겠죠.
■ 정청래 대표 입법처리, 그 이전의 1.7배
그럼 국정과제 입법률 27%가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법안 782개 중 569개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통과된 법안은 213개라는 얘기가 되겠죠?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정청래 대표가 선출된 2025년 8월 2일을 기준으로 22대 국회의 법안 처리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편의상 정청래 대표 이전을 1기라고 하고 이후를 2기라고 하겠습니다. 1기는 윤 강점시기와 내란 및 탄핵 시기이고 2기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의 시기입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1기가 2,041건이고 2기가 3,414건입니다.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이 그 이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죠? 무려 1.7배에 달합니다. 더구나 1기로 잡은 기간은 14개월이고, 2기 기간은 10개월입니다.
일단 "정청래 대표가 도무지 법을 안 만든다" 혹은 "민주당이 법도 안 만들고 탱자탱자 놀고 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1년차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국정과제 입법은 주로 정부제출법안이 기본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제출 법안 처리 실적을 보면 1기가 132건, 2기가 78건입니다. 2기가 1기의 60% 수준입니다. 혹시 의원입법은 열심히 잘 했는데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잘 처리를 안 해준 걸까요?
국정과제 추진입법 과제 782개 중 6월 15일 현재 처리된 법안은 213개입니다. 이게 벌써 국회 통계상의 78건보다 훨씬 많죠? 국회 통계에 있는 78건은 정부안이 수정없이 원안으로 통과된 경우만 집계된 겁니다. 나머지 135건은 의원 발의 법안과 절충되어 통과되면서 의원입법으로 집계된 것이죠.
이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 국정과제에 대해 정부안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국정과제 입법 정부안, 순차적 제출
그리고 또 하나 살펴볼 게 있습니다. 국정과제 추진법안 782개가 언제 제출됐느냐는 겁니다. 정청래 대표가 선출됐을 때 이미 그 만큼이 제출돼있었는데 1년이 다 돼도록 27% 밖에 처리를 못했다면 그건 정말 문제겠죠.
그런데 123대 국정과제가 확정되어 발표된 것이 2025년 9월 16일이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선출된 이후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죠. 이에 대한 법안이 언제부터 제출됐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이와 관련돼 2025년 11월 19일 조원철 법제처장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당시의 추진 현황을 밝힌 게 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법률안 목표는 754건(이게 지금 782건으로 늘어난 거죠), 그 중 국회를 통과한 것이 이미 48건, 제출되어 처리 중이던 법안이 306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말까지 71건을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계획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2025년 연말까지 이미 처리된 법안까지 포함해서 모두 425건이 제출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전체 782건의 국정과제 입법 중 46%에 해당하는 357건이 올해 1월 1일 이후에 제출된 것입니다.
따라서 정청래 대표 재임 1년 동안 782건 중 27%만 처리됐다고만 하면 매우 느림보로 처리되는 것 같지만 빨라야 2025년 9월 16일 이후부터 제출되기 시작해 작년 연말까지 54%가 제출되고 올해 들어 나머지 46%가 순차적으로 제출됐었다는 걸 감안하면 뭐가 크게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입법 신속 처리 제도화 필요
그래도 더 빨리 더 많이 처리됐어야 하는데도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주요 경제 상임위의 위원장을 국힘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경제 상임위라고 하면 정무위, 재정기획위, 산자중소벤처위, 농수산위, 국토위를 일컫습니다. 이 중 정무위, 재정기획위, 산자중소벤처위가 국힘 위원장입니다. 이들 상임위의 처리 지연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민주당은 상임위 배분 협상에서부터 의안 처리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법안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필요성이야 늘 있어오긴 했지만요.
그러나 어쨌든 "정청래가 도무지 입법을 안 해서 국정과제 입법률이 27% 밖에 안 된다"는 주장은, 27%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일석 기자
<1인1표제에 대한 상징조작>
1인1표제에 대한 당내의 전통적인 반대 논리는 당원 분포의 극심한 지역 편중이었다. 그 외에는 사실 별로 없다. 정청래 대표가 완전 1인1표제를 추진할 때 '시기'와 '절차' 문제를 들어 방해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당외에서는 민주당의 1인1표제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논리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오해의 수준이 아니라 상징조작의 수준이다. 1인1표제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모함에 가깝다.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은 민주당의 1인1표제는 기본적으로 당대표 등의 당직 선출에 한하고, 공직자 후보 선출에 50% 비율로 반영된다. 그리고 당의 의사나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당헌에 "당의 주요 당무 및 정책에 관한 사항은 전당원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강제력은 전혀 없다. 단지 정책 사항을 당원 투표에 부칠 때는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강제력은 그 정도에 그친다.
대표적 반대론 중 첫번째는 "나라의 모든 일을 국민투표로 정할 수는 없는 것처럼, 정당도 의사결정의 중심은 대의원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대의원제가 정당의 근간이며 1인1표제는 이런 근간을 허문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민주당의 1인1표제는 당직 선출에 100%, 공직 후보자 선출에 50%, 그리고 특별한 경우에 정책 당원투표가 있을 뿐이다. 당의 의사 결정과 정책 결정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두번째가 외부 세력 유입 가능성이다. 국힘은 통일교, 신천지 등의 종교단체 개입이 의심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투표가 아닌 선거인단 공모 방식으로 치러졌으나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의심 투표 정황이 발견되어 2025년 대선에서는 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로 실시됐다. 지난 2025년 경선의 투표자수는 1,690,514명으로 수만 명 단위의 부당 유입이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고 그마저 이 결과가 50%만 반영되므로 그 위험은 더욱 줄어든다.
그리고 오늘 김남희 의원이 당원 구성의 연령별 편중이라는 신박한 이유를 들고나왔다. 과거 당원 구성 지역 편중론의 변형이다. 반대론이라기보다는 청년층의 정치적 의사 흡수 및 수용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의 제기 정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원 구성이 인구 분포와 동일할 수는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점을 무시한데다가, 위에서 얘기한 1인1표제가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것처럼 오인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김남희 의원의 의견과 함께 엊그제 전현희 의원이 "1인1표제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보완 의견"이라고 사후에 해명하기는 했지만 1인1표제에 좌표찍기라는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를 억지로 연결시킨 것은, 그만큼 1인1표제에 대한 납득할 만한 반대 이유가 이제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남희 의원과 전현희 의원의 의견은 혹여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마치 1인1표제가 치명적인 문제와 한계를 지닌 것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상징조작의 고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